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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친박(親朴)계와 비박(非朴)계는 당 수습 방안을 놓고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당을 떠나라"는 등의 '막말'이 오가며 서로 간에 골만 더 패이고 지지층 이반까지 커지고 있다. 당 안팎에선 "돌아오지 못할 지경에 이르기 전에 양측이 최소한의 갈등 관리라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나마 새누리당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 지도부·중진 연석회의에서 계파 간 '막말 자제'에 합의했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중진 의원들이 일부 의원의 거친 언사에 대해 국민께 대신 사과 드리기로 했다"며 "최근 계파 갈등이 노출되고 정제되지 않은 막말이 오간 데 대한 질책과 함께 재발 방지에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본지 통화에서 "친박과 비박이 서로 자극할 게 아니라 인내해야 한다"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절도나 품격은 누가 이러고 저러고 하기 전에 기본적인 교양의 문제"라고 했다. 박관용 전 의장도 "결국은 본질 문제를 다뤄야겠지만 우선은 갈등이 더 깊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며 "같은 색깔 옷을 입고 어디 가서 1박2일이라도 하든지 해서 서로 가슴을 찌르는 말이 아니라 가슴에 와 닿는 말을 하는 것이 그 시작"이라고 했다. 비박계 정병국 의원은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타협하는 것이 정치인데 극단적인 말을 하면 정치 혐오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외교 협상에서 입장 차이가 클 때 '서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데 합의한다(agree to disagree)'고 하듯이 친박과 비박 간에도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양측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이들은 있다. 친박계인 정갑윤 국회부의장은 "총선에서 참패한 집권 여당에 언어 폭력이 난무하면서 국민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비상 상태인 만큼 양측 모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막말 자제를 제안한 비박계 이군현 의원도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하나로 뭉쳐도 시원찮은데 서로 상처를 내면 안 된다"고 했다.

과거 2006년 열린우리당이 분당될 때도 이 같은 상황이 있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이나 "뒤에서 총질하는 사람들" 같은 얘기도 그때 열린우리당 친노(親盧)계가 비노(非盧)들에게 했던 말과 판박이다. 한 야권 중진 인사는 "그때 친노와 비노는 시장경제 원칙이나 대북 문제 등에 노선 차이라도 있었지만 지금 새누리당 친박과 비박은 순전히 '밥그릇' 싸움으로만 보인다"고 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정치인이 되기 전에 훌륭한 시민이 돼야 한다"며 "나름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 던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 A5면 기고자 : 황대진 양승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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