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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상임위원회가 상정된 안건(案件)뿐만 아니라 주요 현안(懸案)에 대해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청와대는 20일 "행정부 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청와대 기류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0대 국회에서 협치(協治)는 끝"이라고 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청문회 때문에 행정부가 마비된다고 하지만 실제 상임위별 청문회가 활성화돼 있는 미국에서 행정부가 마비되느냐"며 "거부권 행사는 청와대가 국정을 마음대로 하겠다는 의사로 비칠 것이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도 쉽게 거부권을 행사하진 못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또 "여야가 합의한 국회 운영 룰을 대통령이 거부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우 원내대표는 오전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선 "더민주는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가 허용됐다고 해도 이것을 남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본지 통화에서 "해당 법은 운영위, 법사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됐고, (새누리당이) 묵시적 합의를 해줘서 본회의에서 합법적으로 처리된 것 아니냐"며 "이걸 청와대가 나서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회를 무시하는 것이고 총선 민의를 짓밟는 것"이라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우리는 여·야·정 민생회의 등을 통해 정부와 협조를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왜 찬물을 끼얹으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 문제와 관련해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와도 따로 협의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개정 국회법은 다음 주 정부로 이송된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거쳐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날로부터 15일 이내 공포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국회가 이를 막을 방법은 마땅치 않다. 국회법은 국회를 통과한 법에 대해 대통령이 재의(再議)를 요구할 경우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찬성으로 재의결할 수 있지만 19대 국회 임기가 불과 1주일밖에 남지 않아 본회의 소집이 어렵다. 국회에 부의된 안건은 임기 중에 처리되지 않으면 다음 국회로 이월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 폐기된다. 이 때문에 개정 국회법 재의결 안건도 20대 국회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고 국회 부의 상태로 끝나고 시행은 못 하게 된다.

법안을 주도한 정의화 국회의장 측 관계자는 "거부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고 존중돼야 하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 명분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헌법학자들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이유로 법안이 위헌인 경우, 대통령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경우, 집행 불가능한 경우, 비용이 과다한 경우 등을 꼽는데, 이번 국회법 개정안이 그런 성격이냐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후 "지금 상황에서 거부권 행사에 대해 가타부타 말할 시점이 아니다"고 말했다.

기고자 : 박수찬 김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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