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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20일 내분을 수습하기 위해 원내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열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 11일 열린 1차 연석회의 결정에 따라 정진석 원내대표가 마련한 '김용태 혁신위원장 및 7인 비대위원' 인선안이 친박(親朴) 주류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불거진 계파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소집됐다. 이날 친박계는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관리형 비대위'를 구성하고 혁신 작업은 차기 당 대표에게 맡기자"고 주장하면서 비대위원장으로 황우여 의원과 강재섭 전 대표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비박계는 물론 친박 일부에서도 "그분들이 당 쇄신 이미지에 맞느냐"는 말이 나왔다.

◇친박 "비대위원장은 정진석 대신 황우여나 강재섭"

정 원내대표 외에 새누리당의 4선(選) 이상 중진 18명 중 11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의 쟁점은 비대위를 혁신형·관리형 중 어떤 성격으로 구성할 것이냐, 비대위원장은 누가 맡을 것이냐, 당 쇄신 작업은 누가 주도할 것이냐였다.

이주영·홍문종 등 친박 중진들이 먼저 발언에 나서 "비대위는 일상적 당무 처리와 전당대회 준비만 맡고 당 혁신 작업은 차기 당 대표에게 맡기자"고 주장했다. 차기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이주영 의원은 "전당대회 때까지 길어야 두 달 정도 운영될 비대위가 혁신 작업을 주도해선 실효성이 없다"며 "전당대회에 출마할 후보들이 당 쇄신 방안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 대표로 당선된 사람이 주도적으로 추진하자"고 했다. 친박계의 홍문종 의원도 "전당대회가 혁신의 무대가 돼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 9일 당선자 총회와 11일 1차 연석회의 결정에 따라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직하기로 한 것은 백지화하자고 했다. 정 원내대표가 야당과 국회 원(院) 구성 협상도 하고 동시에 전당대회 준비에 혁신 작업까지 추진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직의 분리 문제를 오늘 결정하자"고도 했다.

이에 정병국·나경원 등 비박 중진들은 "당 쇄신 없인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며 혁신 비대위 구성을 주장했다. 이들은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직하기로 한 것도 당선자 총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니, 그 문제는 다시 당선자 총회를 열어 논의할 문제"라며 맞섰다. 그러자 홍문종·정우택 등 친박 중진들은 "그렇다면 당 대표를 지낸 황우여 의원이나 강재섭 전 의원을 비대위원장에 선임하고, 4선급 중진들을 비대위원으로 하는 건 어떠냐"고 했다.

◇비박 "친박계, 당권 장악 생각만"

관리형 비대위를 주장하던 친박 중진들은 이날 회의에서 혁신형 비대위 구성 주장이 우세하자 "리우올림픽 개막(8월 5일) 전에 전당대회를 연다면 혁신형 비대위 구성에 반대하진 않는다"며 한발 물러섰다고 한다. 하지만 정병국 의원은 "혁신 이미지와는 걸맞지 않은 사람을 비대위원장에 임명하자는 친박 측은 결국 혁신은 시늉만 내고 당권 장악 생각만 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 정부에서 부총리를 지낸 황 의원 등 친박 성향의 전직 당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하자는 것 자체가 혁신보단 당권 장악에 뜻이 있다는 것이다. 황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낙선했고, 강 전 대표는 2011년 4월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꼽히던 경기 분당을 재·보선에서 낙선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한 비박계 의원은 "친박계는 황 의원에 대해 교육부총리 재직 당시 국정교과서 문제와 누리과정 예산 배정 논란 때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며 '무능력한 사람'이라고 공격하지 않았느냐"며 "그래서 공천도 자기 지역구(인천 연수)에서 못 받고 옆 지역구로 옮기게 해놓고선 이제 와서 이 어려운 상황에 당 재건을 맡기자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이런 친박 중진들의 말을 듣던 정 원내대표는 "혁신형 비대위원장을 내가 못 맡을 건 뭐냐"고 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정 원내대표가 농담조로 말했지만, 친박계의 요구에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였다"고 했다.

[그래픽]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중진의원 연석회의 주요 주장 기고자 : 최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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