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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 4시 경남 통영시 도남동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30여명으로 구성된 프랑스 베르사유 합창단의 웅장한 합창이 울려 퍼졌다. 통영국제음악당 초청으로 방한한 합창단은 1시간 동안 17세기 교회 음악곡 '최후의 심판' 등을 불렀고 중간중간 곡 해설이 곁들여졌다. 1000석 가까운 객석을 가득 메운 통영 지역 학생들은 한 곡씩 연주가 끝날 때마다 함성과 박수를 쳤다. 동원고 1학년 황장민(16)군은 "마치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와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통영국제음악당에서 공연하는 오케스트라나 합창단들이 이 지역 학생들을 위해 무료로 여는 콘서트였다. 학생들에게 음악을 현장 교육 한다는 뜻에서 '스쿨 콘서트'로 명명(命名)됐다. 학생들에게 세계적 연주자들의 공연을 접할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3년 전부터 매년 10여차례씩 콘서트가 열린다. 지금까지 3만명 넘는 학생이 콘서트를 봤다.

통영국제음악당 이용민 부장은 "스쿨 콘서트는 학생들이 음악을 편안하고 일상적인 것으로 느끼고 배우도록 돕자는 취지에서 기획했다"며 "통영만이 가진 특별한 행사"라고 말했다.

빼어난 자연 경관을 지닌 '남해(南海)의 보석' 통영이 음악이 흐르는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통영이 지향하는 음악은 시민 모두가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음악이다. 오케스트라, 관악, 합창, 밴드, 뮤지컬 등 33개 청소년 음악 동아리가, 지역 27개 학교에서 1000명이 넘는 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운영되고 있다.

지역 주민자치센터 15곳에서 운영하는 음악 관련 프로그램만 96개다. 지역민이면 누구나 쉽게 오카리나·기타 등 각종 악기와 음악을 배울 수 있다. 사회 취약 계층 어린이들을 위한 음악 프로그램인 '꿈다락 토요학교'도 있다. 4개월 동안 스스로 곡을 만들고 연주 실력을 연마해 연말이 되면 가족이나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직접 연주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3년 전 시작돼 지금까지 200여명이 참여했다.

수려한 자연, 그중에서도 짙푸른 바다는 예술적 영감(靈感)의 자양분인 모양이다. 통영은 수많은 예술가를 배출한 고장이다. '깃발'의 시인 유치환과 '꽃'을 노래한 김춘수 시인,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서양화가 전혁림 화백이 이곳에서 나거나 활동했다. 작곡가 윤이상도 통영과 인연을 맺었다.

조선 시대부터 전승되고 있는 탈놀이인 통영오광대,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남해안별신굿, 임진왜란 때 병사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췄던 춤인 승전무 역시 통영의 문화 인프라를 풍부하게 만든다.

통영이 음악을 '대표 상품'으로 선택한 데는 올해 15회째를 맞은 통영국제음악제의 성공이 계기가 됐다. 통영국제음악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이름을 얻으며 독일의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이 '아시아의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라고 소개했을 정도다. 거기에 윤이상 국제 음악 콩쿠르, 통영 프린지 페스티벌, 아시아 작곡가 쇼케이스 등의 음악 행사들이 더해졌다.

통영은 인구 15만 소도시이지만 국내 수준급 연주자들이 모인 TIMF(통영국제음악제) 앙상블, 일본·중국·한국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통영페스티벌 오케스트라(TFO)를 운영하고 있다.

2013년 말 완공된 통영국제음악당은 '음악 도시' 통영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520억원을 들여 최첨단 시설을 갖춘 이 음악당에선 지금까지 160여 차례 공연이 열렸다. 음악당 관장도 국제 공모를 통해 독일인을 영입했다. 도천테마파크, 통영시민문화예술회관 공연장을 비롯해 통영시 전역에서 열린 음악 관련 공연 횟수는 작년 한 해 동안 240여차례를 헤아린다. 이중도 통영국제음악재단 도천테마기념관 팀장은 "연중 음악이 끊이지 않는 도시가 바로 통영"이라고 했다.

올해 통영시 문화예술 관련 예산 113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인 50억원이 음악 관련 예산으로 편성됐다. 유네스코는 이 같은 노력을 평가해 지난해 말 통영시를 '음악 창의 도시'로 선정했다. 국내 처음이자 아시아에선 일본 하마마쓰에 이어 둘째다. 김동진 통영시장은 "산에서 바다에 이르기까지 음악이 흐르고, 어린아이에서 어르신까지 음악을 즐기다 보면 통영에서도 베토벤 같은 음악가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래픽] 통영 개념도 기고자 : 권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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