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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평점을 받은 영화가 최고의 화제였다. 칸 국제영화제가 막바지에 접어든 주말, 전 세계 영화 기자들의 관심은 공식 경쟁 부문에 오른 숀 펜 감독의 '더 라스트 페이스'에 쏠렸다. 21일 영화제 공식 소식지 '스크린 데일리'에 따르면 전날 오전 언론 시사를 한 이 영화의 평점은 4점 만점에 0.2점. 세계 유력 매체 열 군데가 이 영화에 평점을 줬는데 여덟 곳이 0점에 해당하는 'X'를, 두 곳이 각각 1점씩 줬다. 공식 경쟁 부문에 상영된 21편 중 가장 낮은 점수이자 스크린 데일리가 평점을 매기기 시작한 이래 13년간 가장 낮은 점수다. 2003년 '커틀렛'이 0.3점을 받았다.

숀 펜은 칸, 베를린, 베네치아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휩쓸고 아카데미 남우주연상도 두 차례 받은 명배우다. '더 라스트 페이스'는 그의 다섯 번째 연출작이다. 내전을 겪는 라이베리아에서 의료 활동을 펼치는 구호 전문 의료팀의 의사 미겔(하비에르 바르뎀)과 국제구호단체 감독관인 렌(샬리즈 시어런) 간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숀 펜은 실제로 재난 구호 활동에 왕성하게 참여하는 걸로 유명하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때 구호조직 'J/P HRO'를 결성해 수만 명을 수용하는 난민 캠프를 운영했고, 2012년에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 총회에서 세계 평화에 기여한 인물에게 주는 '피스 서밋 어워드'를 받았다.

숀 펜은 평점이 나온 21일 오후 세계 매체 기자들과 인터뷰를 가졌다. 약속 시간 40분이 지나도록 인터뷰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 평점과 리뷰 때문에 속상해서 안 나오는 게 아니냐"고 묻자, 그를 두 차례 인터뷰한 영국 기자는 "인터뷰 때마다 사과나 변명도 없이 늘 늦지만 나오기는 하니 걱정 말라"고 했다. 45분쯤 지났을 때 나타난 그는 전날 기자 회견 때 입은 옷차림 그대로였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막 잠에서 깬 듯한 목소리로 "아직 정신이 몽롱하다"고 했다. 그는 평론가 반응에 대해 "리뷰를 잘 읽지 않는다"고 답했다. 평점도 모른다고 했다. 그는 "영화 촬영이 끝났고 이제는 내가 더 이상 어떤 역할도 할 수 없다. 나는 이 영화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뿐이며, 사람들은 자신이 본 대로 반응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이 영화가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내전이 일어나고 있는 아프리카의 이미지를 '착취'하기 때문이다. 스크린 데일리는 "황혼의 사바나(열대 초원)에서 난민들이 피를 뿜으며 죽어가는 것을 배경으로 '국경 없는 의사회'를 연상시키는 두 의사가 사랑싸움으로 옥신각신하는 이 영화는 기자들의 화를 불러일으켰다"고 평했다. 영화를 백인의 관점에서 그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내가 그곳에 있었던 백인 남녀 중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백인의 관점으로) 그렇게 그릴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대해 열린 생각을 갖지 않는 관객은 꺼져버려라(f**k himself)"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