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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가 창사 50주년을 맞아 '세계시인선' 개정판 15권을 냈다. 1973년 고은 시인이 번역한 '당시선(唐詩選)'을 비롯해 4권의 시선집으로 출발한 '세계시인선'은 1970~80년대 문학청년들의 필독서로 사랑받았다. 이 시리즈는 일본어 중역본에 의존한 세계문학 번역의 관행을 탈피해 당시 젊은 전문가들이 원문과 번역문을 함께 실어 한국 문학에 새 바람을 일으켰고, 지금도 숱한 시인 지망생들 사이에 영원한 고전으로 손꼽힌다.

민음사는 기존 63권의 번역본 중 일부를 골라 수정본을 내고, 지금껏 번역되지 않은 세계 시문학의 고전을 국내 초역으로 추가하기로 했다. 개정판의 1차분은 국내에서 처음 번역되는 라틴어 고전부터 한국 현대시의 정수(精髓)까지 담았다. 호라티우스의 시집 '카르페 디엠'〈사진〉과 '소박함의 지혜', 히브리 문학의 비극시 '욥의 노래', 중세 프랑스 시인 프랑수아 비용의 '유언의 노래'가 앞머리를 장식했다. 영문학에선 애드거 앨런 포의 '애너벨 리'와 에밀리 디킨슨의 '고독은 잴 수 없는 것'과 함께 소설가로 더 유명한 헤밍웨이의 시집 '거물들의 춤'과 부코스키의 시집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를 국내 초역으로 선보였다.

불문학에선 보들레르의 '악의 꽃'과 말라르메의 '목신의 오후'를, 독문학에선 브레히트의 '검은 토요일에 부르는 노래'를 선정했다. 한국 문학에선 윤동주의 '별 헤는 밤', 백석의 '사슴', 김수영의 '꽃잎'을 골랐다.

허연 시인은 개정판 출간을 맞아 펴낸 산문집 '시의 미소'를 통해 젊은 날을 회상했다. 그는 "민음사 '세계시인선'은 경전처럼 다가왔다"며 "밑줄을 그어 읽으면서 어른이 됐고, 시인이 됐다"고 밝혔다. 민음사는 내년까지 개정판 50권을 낸 뒤 장차 100권으로 완간할 계획이다. 기고자 : 박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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