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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일(訪日)을 일주일 앞두고 일본 오키나와(沖繩) 미군기지에 근무하는 군무원이 이 지역 2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 해병대 출신인 이 군무원은 피해자를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덤불에 버렸다.

오바마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미·일이 동맹 관계를 다지려던 상황에서 이 같은 악재가 발생하자, 미국에선 비상이 걸렸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21일(현지 시각)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에게 "가해자가 일본법에 의해 처벌받기를 희망하고, 미 국방부는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도 "미국 정부와 국민을 대신해서 진심으로 슬픔을 표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매우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고 지지(時事)통신이 지난 20일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26일로 예정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유사 사건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대 여론도 다시 고조되고 있다. 20일엔 도쿄 총리관저, 방위성 건물 앞, 신주쿠(新宿) 역 앞에서도 미군기지 철수를 요구하는 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졌다.

주일 미군의 70%가 모여 있는 오키나와에서는 미군기지 근무자에 의한 범죄가 계속되고 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1995년 미군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이래 지난 3월까지 오키나와에서 일어난 미군과 군무원에 의한 범죄는 성범죄만 129건(피해자 147명)에 달한다.

오키나와 미군 기지 철수 여론은 그동안 미·일 양국 간 쟁점이 돼왔다. 아베 총리는 지난 3월 오키나와 주민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오키나와 후텐마(普天間) 미군 기지 이전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정부는 그동안 오키나와 도심에 있는 후텐마 해병대 비행장을 외곽인 헤노코(邊野古) 연안으로 옮기기 위해 연안을 매립했지만, 주민들은 아예 미군 기지 완전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이번 사건이 후텐마 기지 이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미국 정부 내에서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고자 : 오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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