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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의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22일 원동연 서기국장 명의 담화에서 "북남 군사당국 사이의 대화와 협상을 시급히 개최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의 대표적 '대남 일꾼'인 원동연 통전부 부부장의 조평통 서기국장 기용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전날 북한 인민무력부는 우리 국방부에 보낸 통지문에서 "북남 군사당국 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 접촉을 5월 말 또는 6월 초 편리한 날짜와 장소에서 갖자"고 했다.

북한이 20일 국방위원회에 이어 인민무력부와 조평통까지 내세워 '대화 공세'를 펼친 것이다. 국방부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최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통지문은 지난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 직후 북한이 일방적으로 끊었던 군 통신선을 통해 전달됐다.

인민무력부가 통지문을 보낸 날 '대남 총책'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은 쿠바 방문을 위해 평양을 떠났다. 지난 20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아프리카 적도기니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이달 초 노동당 7차 대회로 내부 정비를 마친 북한이 우리 측에는 사흘 연속 군사회담을 제안하고, 전통적 우방국에는 고위급 특사를 파견하는 등 전방위 외교전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최근 북한의 적극적 외교에 대해선 지난 20일 사망한 강석주 전 국제비서에 이어 북한 대외 정책을 총괄하는 '리수용(정무국 부위원장)·리용호(외무상) 콤비의 첫 작품'이란 분석이 나온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북한이 상당한 고통을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북한은 우방인 러시아와 김정은이 '제2의 고향'으로 여기는 스위스마저 고강도 대북 제재에 동참한 데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에 적도기니와 쿠바에 특사를 보낸 것은 얼마 남지 않은 우방국 단속의 일환"이라고 했다. 군 관계자는 "4차 핵실험 직후 재개된 대북 심리전 방송에 대해 북한은 의연한 척하지만 비무장지대 북한군의 사기 저하와 '최고 존엄(김정은) 모독'에 대한 피로감이 극심한 상태일 것"이라고 했다. 실제 김정은과 국방위는 우리 측에 군사회담을 제안하며 '심리전 방송'과 '삐라(전단) 살포'를 언급했다.

따라서 최근 북한의 유화 공세는 전통적 우방국을 붙잡아 두는 동시에 '대화 공세'로 국제사회의 제재·압박 전선(戰線)에 균열을 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북한은 한국이 평화 공세에 흔들리기를 기대할 것"이라며 "한국 내부가 갈라져 '남남 갈등'이 일어나면 대북 제재의 전열을 교란시킬 수 있고, 한국 내부가 흔들리지 않으면 '긴장 완화의 기회를 발로 찬 건 남조선'이라고 비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남 대화 제의 등을 통해 국면 전환의 계기를 찾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북핵 문제의 본질을 흐리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태가 지금에 이른 것은 4차 핵실험 등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 위반한 북한의 '핵 폭주' 탓이다. 하지만 북한은 핵·미사일 도발로 남북 관계를 파탄 낸 데 대한 반성은 없이 "제2의 6·25 발발을 막아야 한다"(인민무력부 통지문)고만 하고 있다. 원동연도 담화에서 "핵포기와 같은 부당하기 그지없는 전제조건을 내세우며 동족 대결에 매달리는 행위를 그만두라"고 했다. 기고자 : 이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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