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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간 북한의 대미(對美) 외교와 핵 협상을 총괄했던 강석주(76) 전 노동당 국제 담당 비서가 20일 식도암으로 인한 급성 호흡 부전으로 사망했다. 지난해 김양건 대남비서에 이어 강석주까지 사망하면서 김정일 시대 득세한 북한의 대외 협상 라인은 본격적인 세대 교체에 들어가게 됐다.

◇리수용-리용호 체제로 재편

강석주의 사망으로 북한의 외교 라인은 리수용 당 국제 담당 부장과 리용호 외무상의 '투톱 체제'로 재편됐다. 리수용은 지난해 김양건 장례위원 명단에는 이름도 올리지 못했지만, 이달 초 노동당대회에서 정치국 위원에 임명되면서 이번 강석주 장례에는 서열이 6위로 급부상했다. 역시 김양건 장례위원 명단에 없었던 리용호도 이번에 서열 21위에 올랐다. 이들과 함께 김성남 당 국제부 부장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외교 라인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정책실장은 "김정은의 새 외교 라인은 국제사회 고립 탈피를 위해 전방위 외교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며 "서방에는 핵보유국의 정당성을 선전하고, 일본,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리수용-리용호 라인은 "실력보다 김정은과의 친분 관계, 또는 우수한 성분 덕에 지금의 지위에 올랐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리수용은 스위스 대사를 지내면서 김정은의 유학 생활을 뒷바라지했고, 리용호는 김정일의 최측근이던 리명제 전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의 아들이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리수용-리용호가 미국 등을 상대로 강석주 같은 퍼포먼스를 할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벼랑 끝 외교'의 브레인

이번에 사망한 강석주는 평양외국어대학(영어 전공)과 국제관계대학(불어 전공)을 졸업하고 1969년 노동당 국제부 지도원으로 외교 업무를 시작했다. 1980년대부터 김정일이 수시로 열던 '최측근 비밀 파티'에 고정적으로 참석할 정도로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국제 무대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 미·북회담 수석대표로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내면서부터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하는 대신 미국과 한국 등은 북한에 경수로 건설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 합의를 북한은 '외교의 금자탑'으로 부른다. 강석주는 '벼랑 끝 외교의 브레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조선중앙방송은 21일 "강석주 동지는 반미 핵 대결전을 승리로 이끈 '위대한 장군님'(김정일)의 천재적인 외교 지략과 탁월한 영도를 실현하는 전초선에서 활약했다"고 했다.

강석주는 이후 김정일의 주요 외빈 접견 때 자리를 함께하는 등 탄탄한 입지를 과시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의 남북정상회담 고별 오찬을 비롯해, 2001년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등과의 정상회담에 배석했다. 하지만 건강이 악화되며 지난해 7월 쿠바 방문을 마지막으로 공개 무대에서 사라졌다. 기고자 : 김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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