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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들은 별이 들어간 명언(名言)을 좋아한다. 그중 아일랜드의 극작가이자 시인, 소설가인 오스카 와일드가 한 말을 백미(白眉)로 친다. "우리 모두는 시궁창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중 어떤 사람들은 하늘의 별을 쳐다본다." 하늘을 바라보는 일의 가치를 이처럼 간단한 말로 표현한 사람이 또 있을까.

자연에는 와일드의 말을 삶의 신조로 삼은 동물이 있다. 심지어 시궁창보다 더한 똥밭에서 구르면서도 늘 하늘의 별을 본다. 바로 소똥구리이다. 애벌레의 먹이이자 요람이 될 소똥 덩어리를 뒷발로 굴려가다가, 가끔 와일드의 말처럼 하늘의 별을 본다. 마치 춤을 추듯 소똥 위에서 조금씩 발을 떼고 사방을 돌며 하늘을 본다.

소똥구리는 자연의 천문학자이다. 스웨덴 룬드대학 연구진은 낮에 활동하는 소똥구리는 해를 보고 길을 잡고, 야행성 소똥구리는 달빛, 심지어 은하수까지 감지해 길을 찾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보름달이 뜬 밤이면 소똥구리가 소똥을 실험장치 가장자리까지 굴려가는 데 20초가 걸렸다. 달빛이 사라지는 그믐이면 그 시간이 40초로 늘었지만 여전히 길을 찾았다. 하지만 종이로 얼굴을 덮어 별빛마저 못 보게 하자 시간이 몇 분 이상 걸렸다. 그럴 땐 마치 내비게이션이 꺼져 당황하는 초보 운전자 같다.

소똥구리의 내비게이션은 어떻게 작동할까. 룬드대학 연구진은 지난 13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소똥구리가 소똥 위에서 춤을 추면서 내비게이션용 하늘 지도를 찍는다고 발표했다. 해나 달, 별을 보고 길을 잡는 동물은 많다. 하지만 소똥구리처럼 머리를 땅에 박고 뒷발로 소똥을 굴리면 처음 잡은 길을 제대로 가는지 알기 어렵다. 가끔 소똥 위로 올라가 길을 제대로 가는지 점검해야 한다. 룬드대학 연구진은 소똥구리가 이 과정을 가장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처음 길을 잡을 때 하늘의 모습을 머릿속에 스냅사진처럼 남긴다고 밝혔다. 나중에 본 하늘과 머릿속 하늘 사진을 대조하면 금방 길을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똥구리는 인류사에 일찍부터 등장했다. 고대 이집트인은 소똥구리가 소똥을 굴리듯 태양신 라가 태양을 움직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똥구리의 역사는 그보다 훨씬 더 오래됐다. 호주 과학자들은 소똥구리 450종의 DNA를 분석해 기원을 찾았다. DNA는 시간이 흐르면서 일정한 비율로 돌연변이가 생긴다. 이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 언제 소똥구리가 생겼는지 알 수 있다. 분석 결과, 소똥구리는 최소한 1억1500만년 전 지구에 나타난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3000만년은 더 오래됐다. 당시는 공룡이 세상을 지배하던 때다. 포유류는 막 탄생해 생쥐만 한 크기에 불과했다. 몸집이 작으니 똥도 수분이 없고 작아 소똥구리 먹이로 적합하지 않았다.

결국 소똥구리 시조(始祖)는 초식공룡의 똥을 굴렸던 '공룡똥구리'였던 셈이다. 꽃을 피우는 식물이 탄생하면서 공룡의 똥에는 과거보다 섬유질이 줄었다. 소똥구리에게는 최적의 먹이가 생긴 것이다. 7000만~8000만년 전 공룡의 똥 화석에는 소똥구리가 파놓은 굴의 흔적이 발견된다. 소똥구리는 공룡과 함께 번성하고 쇠락했다. 6600만년 전 공룡이 멸종하면서 공룡의 똥만 먹던 '공룡똥구리'도 사라졌다. 지금의 소똥구리는 포유류의 똥도 같이 먹어 편식(偏食)의 피해를 입지 않은 종의 후손이다.

최근 소똥구리가 다시 멸종의 길을 걷고 있다. 소들이 대량 사육되면서 들에서 소똥을 찾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가축 사료의 주성분이 소똥구리가 소화할 수 없는 옥수수 전분이고, 곤충에 치명적인 항생제까지 들어가 소똥이 있어도 그림의 떡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소똥구리가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됐다.

최근 국내 연구진은 우리나라에 사는 애기뿔소똥구리에서 염증성 장 질환을 낫게 하는 항생물질을 찾아냈다. 똥을 먹이로 하다 보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 물질을 만든 것이다. 그러니 생태계뿐 아니라 인간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소똥구리를 지켜야 한다.

특히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보존해야 한다. 프랑스의 곤충학자 파브르는 '곤충기'에서 소똥구리가 굴려간 소똥 중에 알을 낳는 것은 서양배처럼 위쪽이 약간 좁아지는 모양이라는 사실을 양치기들에게서 알아냈다고 적었다. 많은 어린이가 그 책을 읽고 파브르와 같은 과학자가 되겠다고 꿈꿨다. 게다가 이제 소똥구리가 별을 읽고 공룡과 공생(共生)한 사실까지 밝혀졌다. 아이들이 과학에서 가장 좋아하는 소재가 공룡과 별, 똥이라는 사실은 부모라면 다 안다. 기고자 : 이영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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