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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북한 식당에서 일하던 복수(複數)의 북한 종업원들이 최근 탈출해 제3국에서 한국행을 기다리는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지난달 초 중국 닝보(寧波)의 류경식당에서 근무하던 북한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한 사건의 영향을 받은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전방위 대북 제재로 경영난에 허덕이는 북한 해외 식당발(發) 집단 탈출 사태가 연쇄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이날 "중국에서 탈출한 북한 식당 종업원들이 제3국에 무사히 진입했다"며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국내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국 현지 소식통도 "며칠 전 북한 식당 종업원들이 집단 탈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중국 공안 당국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다만 이 종업원들이 언제 어느 지역에서 탈출했는지, 정확히 몇 명인지에 대해선 여러 설(說)이 엇갈리고 있다. 북한 전문 매체 뉴포커스의 장진성 대표는 "상하이의 한 북한 식당에서 탈출한 20대 여종업원 3명이 현재 동남아 A국에 머물고 있다"고 했지만, 정보 소식통은 "신빙성이 낮다"고 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시안(西安) 지역의 북한 식당에서 2~3명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통일부와 관계 당국은 이 사건에 대해 "확인 중"이라고 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했다.

지난달 닝보에 이어 또 탈북 사건이 일어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채택 이후 해외에 진출한 북한 식당들이 극심한 경영난을 겪는 상황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연쇄 탈북' 가능성이 점쳐지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북한은 이번 대북 제재 시행 전까지 전 세계에서 130개 안팎의 식당을 운영하며 연간 약 4000만달러(약 474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90여 개가 중국에 집중돼 있고, 나머지는 러시아(9개) 및 캄보디아(7개)·베트남(4개) 등 동남아에 주로 분포돼 있었다. 하지만 올 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의 대북 여론이 급속히 악화하며 현지인들의 방문이 뜸해졌다. 여기다 우리 정부도 지난 3월 단독 대북 제재 조치를 발표하며 우리 국민과 교민의 해외 북한 식당 이용 자제를 권고한 상태다. 북·중 국경의 북한 식당들은 경영난으로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캄보디아 등 동남아에서도 최근 2~3달 사이 상당수 북한 식당이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초 36년 만에 열린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해외 식당들에 '외화 상납금'을 독촉했던 북한 당국은 당 대회가 끝난 뒤에도 충성 자금 상납을 압박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의 해외 무역 일꾼은 당의 지시를 이행하지 못하면 평양으로 소환돼 처벌받는다"며 "이번 탈북도 상납금을 제때 마련하지 못한 부담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부 소식통은 "대체로 출신 성분이 좋고 중산층 이상인 북한 식당 종업원들은 어느 정도 깨인 사람들로 국제 정세에도 관심이 많다"며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를 일축하고 핵·경제 병진노선의 항구적 견지를 선언한 당 대회를 지켜보며 '북한은 가망이 없다'는 생각이 강해졌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북한 당국이 닝보에서 나온 북한 종업원 13명은 "납치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북송(北送)을 강하게 요구하는 것도 해외 연쇄 탈북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번 연쇄 집단 탈북이 전 세계에 나가 있는 5만명 이상의 북한 노동자들에게 미칠 심리적 파급 효과도 주목된다. 북한 당국이 해외 근로자 관리 감독을 대폭 강화할 경우 이에 대한 반발로 추가 이탈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