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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상시(常時) 청문회'를 가능케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23일 정부로 이송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청문회 대상이 기존의 '중요 안건 심사'에서 '상임위원회 소관 현안 조사'까지 확대되면서 청문회 문턱이 확 낮아지게 된다. 공무원들은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에서 야당의 상습적인 출석 요구로 업무가 마비될 수 있다며 반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청문회에 참고인 자격 등으로 출석 요구를 받는 기업 측에서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같은 여론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다음 달 7일까지 정부 내 의견 수렴을 거쳐 재의(再議) 요구(거부권 행사)를 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23일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을 통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문제가 많다'는 입장을 처음 공식화했다. 이 실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정부가) 자료 제출 요구나 참고인 채택 등에서 느끼는 부담이 굉장히 커진다. 앞으로 행정부 공무원들의 업무가 위축될 우려가 크다"며 "국회에는 이미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는 물론 본회의 정책질의, 상임위의 각종 업무보고와 현안 정책 질의 등이 있지 않으냐"고 했다.

재계에서도 제도 남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상시 청문회가 자칫 기업인들을 국감 때 무더기 소환하는 것도 모자라 국회로 연중 소환하는 장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그동안 기업인들로선 가끔 청문회에 출석하는 것만으로도 경영에 적잖은 부담이 생기는 동시에 대외 신인도에도 타격이 됐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본지 통화에서 "20대 여소야대 국회에서 법안을 재개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지금 청와대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가장 실효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국회가 '재의결' 요구로 뒤집으려면 재적 과반수 출석 중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필요하다. 출석 의원 3분의 1 이상이 거부권을 지지하면 법안은 폐기된다는 얘기다. 20대 국회의원 300명 중 새누리당 소속은 122명이다.

하지만 두 야당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나 재개정 논의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회 운영에 관한 법인데 왜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에서 난리를 치느냐"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도 이날 당 회의에서 "지금은 이제 막 국회에서 통과된 국회법에 대해 거부권 운운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기고자 : 이인열 정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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