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법원은 과실이나 고의로 사람의 생명과 신체에 피해를 준 경우 민사상 책임을 무겁게 물리도록 위자료 상한선을 대폭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는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기업의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처벌에 준하는 민사상 배상 책임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위자료는 불법행위로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는 별개로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금이다.

대법원은 23일 "오는 7월 15~16일 전국 각 법원의 민사 담당 법관이 모여 불법행위 유형에 따른 위자료 산정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대규모 인명 피해가 난 사건은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만 따질 게 아니라 가해자의 고의 정도와 범죄 후 태도, 재산도 고려해 위자료 지급 기준액을 대폭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악의적이고 반사회적 행위에 대해 실제 손해보다 훨씬 많은 배상액을 요구할 수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은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이를 위자료 증액으로 대신 하겠다는 것이다.

법원이 위자료 증액 논의에 나선 것은 그동안 생명과 신체 손상에 대한 우리 법원의 위자료 액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법조계 안팎의 지적을 감안한 것이다. 법원은 보통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 위자료 상한(1억원)을 근거로 다른 사건의 위자료를 산정해왔다. 그래서 상대방의 과실로 사망하거나 중상해를 입어도 위자료는 1억원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다만 항공기 사고, 국가에 의한 인권 침해, 명예훼손 사건 등에서 일부 예외를 인정해 최대 7억원의 위자료 판결을 내린 적도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처럼 국민 생명과 신체에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서도 이처럼 '예외 사건'으로 분류해 높은 위자료를 산정하겠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나 대기오염의 원인인 경유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에서처럼 국민 생명과 신체에 대규모 위험이 발생하고 그로 인한 피해 우려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를 보호하기 위한 민사적 해결 방안을 집중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