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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4월 사이공(현 호찌민)이 함락되면서 패망한 남베트남을 탈출한 보트 피플 중에 열다섯 살 소년 데이비드 즈엉(Duong) 가족이 있었다. 가라앉던 보트에서 가까스로 구조된 즈엉은 1979년 미국에 정착한 뒤 쓰레기 더미에서 널빤지를 주워다 팔며 생계를 꾸렸다.

억척스레 사업을 일군 그는 미국 서부 지역의 대표적 폐기물 재활용 기업 '캘리포니아 웨이스트 솔루션스'를 키웠다. 이 회사는 베트남에도 진출해 미국 본사에서 만든 설비를 가져다 운영하고 있다. 즈엉은 최근 미국의소리(VOA) 방송 인터뷰에서 "고생해서 배운 기술을 고향에 전수하는 게 뿌듯하다. 베트남 정부가 투자 여건을 개선시키고 있다"고 했다.

즈엉처럼 보트피플 출신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일군 '비엣 끼에우(해외 거주 베트남인)'들이 한때 등졌던 고향에 활발히 투자하며 양국 관계 개선의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내 베트남 교포는 최소 170여만명으로, 아시아계 중 중국·필리핀·인도 다음으로 많다.

이 중에는 남베트남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나 사이공 함락 때 탈출한 뒤 미국에서 펀드매니저와 사업가로 성공했고, 지난 2000년 귀국해 응우옌 떤 중 전 총리의 딸과 결혼한 헨리 응우옌(41)처럼 권력층의 일원이 된 경우도 있다.

재미(在美) 비엣 끼에우들의 고국 활동이 활발해진 것은 1990년대 소련·동유럽 공산주의 정권 붕괴를 목격한 베트남 공산 정부가 보트피플 출신 동포들을 적대시하던 정책을 바꿔 이들을 경제 발전의 밑거름으로 활용하면서부터다. 베트남 정부는 재외동포 및 자본 유치를 위해 ▲송금 시 면세 혜택 ▲토지·주택 구입 시 내국인 대우 ▲이중국적 허용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시해 왔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비엣 끼에우들의 고국 송금액은 2000년 13억4000만달러(약 1조5968억원)에서 지난해 132억달러(약 15조7304억원)로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베트남 GDP의 6.4%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중 54%인 70억8000만달러가 미국에서 들어온 돈이었다.

기고자 : 정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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