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수년간 반복돼온 야당의 법인세 인상 주장이 올 하반기 국회에서 관철될 가능성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123석)과 국민의당(38석)이 손을 잡으면 본회의 의결 요건인 과반이 되는 데다 국회선진화법을 우회할 수단들도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법인세 인상 반대 입장에 변화가 없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25일 본지 통화에서 "규제를 풀고 경제 규모를 키우면 법인세수는 자동으로 올라갈 뿐 아니라 비과세 감면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며 "(법인세 인상은) 그래도 안 되면 국민적 합의를 거쳐 검토할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야당의 법인세 인상 공세는 개원 이후 기획재정위원회에서부터 불붙을 공산이 크다. 세법을 논의하는 기재위 산하 조세소위에서 해결이 안 될 경우 야당은 기재위 내에 '안건조정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선진화법에는 쟁점 법안이 있을 때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제1당 3명, 제1당 외 3명으로 동수를 만들어 조정하는 규정이 있다. 기재위원장이 새누리당 소속에게 돌아가 의사 진행이 어려워지더라도 더민주가 주도권을 쥐는 안건조정위를 거쳐 법인세 인상안을 자동으로 기재위 표결에 부칠 수 있다. 안건조정위가 야당 뜻대로 운영될 경우 오는 10~11월쯤에는 법인세 인상안이 법사위에 올라갈 수 있다.

새누리당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법사위원장직은 반드시 가져가겠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이 '벼랑 끝 전술'을 펴면 법사위도 건너뛸 수 있다. 국회법 87조에 따라 법인세 법안을 기재위에서 '고의 폐기' 해버리고 다시 30명 이상 의원의 요구로 본회의에 바로 올리는 방법이다. 새누리당이 지난 2월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우회 상정' 했을 때 이 방법을 썼다. 다만 기재위원장이 새누리당 소속이라면 '고의 폐기'를 못 하도록 제동을 걸 수는 있다.

하지만 12월 예산안 정국으로 가면 두 야당의 법인세 인상 공세를 더는 피하기 어렵다. 법인세법은 다른 법안과 달리 예산안에 연동되는 '세입 예산안 부수 법안'이어서 국회의장이 지정만 해주면 12월 1일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법사위원장을 새누리당이 맡아도 야당 출신 국회의장이 손을 들어주면 두 야당이 통과시킬 수 있는 구조다.

기고자 : 선정민
본문자수 : 1115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