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 최경환 의원이 24일 3자 회동에서 의외로 쉽게 공감대를 형성한 현안 중 하나가 현행 집단지도체제를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바꾸자는 것이다.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는 현행 '9인 최고위원'의 합의제로 운영되는 최고위원 회의를 폐지하거나 대폭 손질해 과거 이회창 총재나 박근혜 대표 때처럼 당대표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통상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당권(黨權) 경쟁에서 유리한 당내 다수파가 선호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그런데도 새누리당 소수파인 비박(非朴)계에서도 이 체제 도입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이는 7~8월 치러질 차기 당대표 경선(전당대회)의 승산을 놓고 양측의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선 친박계에선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도입 이유로 "박근혜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친박계가 당권을 잡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필요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특히 친박계의 이런 판단엔 20대 총선 공천을 자신들이 주도해 전당대회 투표권을 가진 의원, 원외 당협위원장, 대의원 구성에서 다수파를 점하고 있다는 자신도 깔려 있다.

반면 비박계가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에 반대하지 않는 건 총선 패배에 대한 '친박 책임론'에 기대를 걸기 때문이다. 비박계의 한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친박 책임론이 거세게 제기되면 총선에서 떨어진 원외 인사나 대의원들이 친박 배제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 최경환·이주영·홍문종·이정현 등 친박계 인사가 다수 출마할 경우 표 분산에 따른 반사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도체제 개편 문제에 친박과 비박이 전부 합의한 것은 아니다. 현행 당권·대권 분리 규정 개정 문제만 해도 입장이 엇갈린다. 새누리당은 2003년부터 공정한 경선 관리를 위해 대선 후보로 출마하려는 사람은 선거일 1년 6개월 전에 당대표 등 선출직 당직을 맡지 못하도록 했다.

비박계는 이 규정의 폐지에 적극적이고, 친박계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비박계의 한 의원은 "김무성·오세훈·남경필·원희룡 등 비박 성향의 대선 주자급 인사들이 전당대회에 나설 수 있는 길을 반드시 열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친박계에선 "친박이 당권을 잡고 대신 대선 주자들이 몸집을 키울 수 있는 활동 공간을 열어주자"는 주장이 많다.

한편 새누리당 내에선 전날 3자 회동에 대한 반발도 나왔다. 친박계 중진 정우택 의원은 "(3자 회동에서) 밀실 합의를 본 것처럼 보인다"며 "3김(金) 시대에나 있었을 법한 행동"이라고 했다. 비박계 하태경 의원은 회견에서 "백의종군해야 할 분들이 당 혼란을 컴백의 계기로 악용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그래픽] 새누리당(구 한나라당) 지도체제 변화 기고자 : 최경운 이옥진
본문자수 : 1370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