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하는 것이 현재 일본의 목표지만 결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방법 외에는 뚜렷한 다른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와타 가즈마사(岩田一政) 일본경제연구센터 이사장은 "올해 일본은 0.5% 정도의 물가상승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베노믹스로 활기를 띠었던 일본 경제는 최근 다시 침체에 빠졌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망치(0.3%)를 웃도는 0.4%를 기록했지만, 작년 4분기만 해도 -0.4%로 뒷걸음질쳤다. 일본에서는 지난 4월 발생한 구마모토 지진 영향 등으로 2분기 성장률이 다시 마이너스로 추락할지 모른다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16일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지 약 100일이 된 일본 경제는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까? 일본 경제의 현재 상황을 들어보기 위해 머니섹션 M플러스가 지난 17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이와타 이사장을 만났다. 이와타 이사장은 지난 2003년 3월부터 2008년 3월까지 5년간 일본은행 부총재를 지냈고, 2010년 10월부터는 일본경제연구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일본 경제 전문가다.

―일본이 지난 1월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편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 놀라운 일인 것은 맞다. 그렇지만 유럽은 이미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그렇게 이례적인 건 아니라는 말이다. 사람들은 마이너스 금리를 펴면 현금보유율이 늘어나 투자 활성화가 되지 않을 것을 우려한다. 그렇지만 과거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던 스위스를 보면, 현금보유율이 약간만 늘어났을 뿐 우려하는 만큼 크게 늘지는 않았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 효과를 거뒀다고 보나.

"일시적인 효과가 있었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QQE(일본은행의 양적 질적 완화 프로그램)를 유지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한다. 소비도 회복하지 못했다. 개인 소비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기업들도 적극적인 투자를 꺼리고 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결국 물가상승률을 높이고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현금보유율이 높아지는 것과 동시에 은행 수입도 줄어든다고 염려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국가 경제적으로는 손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마이너스 금리(-0.1%)를 더 낮춰야 한다고 생각하나.

"목표 물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더 인하하는 확장정책을 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이너스 금리를 확장해 엔화 가치 하락의 효과를 봐야 한다. 현재 일본 기업들은 엔고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1%에서 -2%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더 낮춰도 된다고 생각한다. 더 완화할 경우 1년에 80조엔(약 800조원)에 달하는 장기국채 구입액이 10조~20조엔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일본 경제의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인가.

"저물가와 엔고(円高) 두 가지다. 일본 경제의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생산율이 정체되어 일본 경제가 허덕인다. 일본은행은 최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올해 0.8%에서 0.5%로, 내년은 1.8%에서 1.7%로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장기적인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나온 것이 '아베노믹스'다. '아베노믹스'는 아직 50% 정도의 목표만 달성했다. 엔고는 복잡한 이슈다. 일단 엔화에 변동성이 너무 강하다. 변동성이 강하다는 것은 정부가 자꾸 개입하는 상황이 생긴다는 것인데, 모든 나라가 공감하는 규칙은 국가가 환율에 개입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세계경제도 위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문제점은 성장률이 낮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상승을 바라면서 3% 성장을 예견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보다 낮을 것이다. 이는 결국 물가상승률도 낮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들이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도 경제 회복을 기대했지만 현재 상황으로 봐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국 경제는 어떻게 전망하나.

"중국은 민간과 기업 모두에 문제가 있다. 민간 부채는 GDP의 160% 정도인데 이는 과거 일본이 부동산 버블로 어려움을 겪었을 때보다 더 심한 수준이다. 중국의 성장률은 작년보다 하락해 5% 안팎일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올해 초 2050년 경제 전망을 하면서 중국 경제가 '중진국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중국 기업의 경우 GDP 대비 명목 부채 규모가 일본의 버블 경제 시기보다 높은 상태다.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파산하면 과거 일본이 겪었던 경제 불황을 거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고자 : 윤주헌
본문자수 : 2458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