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30대 회사원 A씨는 지난 1월 새 차를 사면서 캐피털사에서 '자동차 할부 금융'을 받은 적이 있다. 할부금은 꼬박꼬박 잘 갚고 있다. 그런데 A씨는 최근 신용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은행에서 "신용등급이 떨어져 높은 대출 금리가 적용된다"는 얘기였다. 알고 보니 자동차 할부 금융을 받은 경력이 신용등급을 낮춘 요인으로 작용했다.

A씨의 경험은 불합리한 금융 관행 탓에 피해를 보는 수많은 소비자 사례의 일부다. 금융 당국이 이런 피해를 줄이고자 금융 관행 수술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26일 대출 관행 개선 과제를 총 15건 선정하고 고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할부로 새 차 살 때 불이익 없앤다

주로 캐피털사에서 판매하는 '자동차 할부 금융'은 이용 시 사용자 카드로 캐시백을 해주거나 포인트를 쌓아주는 등 장점이 있다. 자동차를 새로 사는 사람들의 이용이 늘고 있는데 총 64만7000명(작년 말 기준)이 자동차 할부 금융으로 12조2000억원을 빌렸다.

문제는 캐피털사가 제2금융권이기 때문에 할부 금융을 이용하게 되면 개인 신용 평가 때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용자들은 신용도가 낮아 1금융권을 이용하지 못해서라기보다는 다양한 혜택을 누리기 위해 캐피털사의 자동차 할부 금융을 이용하는데, 일반 2금융권 대출자처럼 신용도가 나쁜 것으로 분류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신용도가 낮아져 추가로 대출을 받을 때 높은 금리를 적용받거나 심하면 대출을 거절당할 수 있다. 금감원이 파악해보니 KEB하나·씨티·농협·광주·전북은행 등 5곳을 제외한 은행 대부분에서 이렇게 불합리한 관행이 계속되고 있었다.

금감원은 캐피털사의 자동차 할부 금융을 제2 금융권 대출로 분류하고 있는 은행들에 신용 평가 방식을 대폭 개선해 이와 같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은행들이 새로운 신용 평가 모형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 자금 대출받는 임차인 도와준다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다 보니 정부에서는 지난 2012년 전세 자금 대출 제도를 도입했다. 전세 자금을 대출받으려는 사람이 은행이나 보험사 등에 가서 신청하면 주택금융공사, 서울보증보험, 주택도시보증 등 세 곳에서 보증서를 발급해준다. 금융회사에서는 이 보증 기관들의 보증서를 근거로 대출을 해준다.

대출을 완료할 때 은행과 보증 기관은 집주인에게 전화하거나 방문해 임대차 계약 사실을 확인하고 전세금에 대해 질권이 설정됐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는 전세 자금 대출을 받는 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에 집주인에게 아무 피해가 가지 않지만, 집주인은 그 의미를 오해하는 일이 자주 생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집주인이 전세금을 지킬 수 없다고 오해하는 바람에 임대차 계약이 파기되는 경우도 있고 임차인이 전세 자금 대출을 못 받는 경우도 생긴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올해 3분기 중 A4용지 두 장 정도의 '전세 자금 대출 표준 안내서'를 마련해 부동산 중개업소나 은행 영업점 등에 배치하기로 했다. 이 안내서에는 전세 자금 대출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한 내용과 전세 자금 대출의 장단점이 자세하게 담길 예정이다. 집주인이 불안하지 않게 자세히 설명해 임차인이 전세 자금 대출을 더 쉽게 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中企에 부당한 담보 요구 잡아낸다

금감원은 기업이 겪는 대출 관련 불합리한 관행도 함께 고쳐나가기로 했다. 대표적인 것이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줄 때 지나치게 많은 담보를 요구하는 것이다. 금감원은 27일까지 은행 7곳에 대해 현장 검사를 실시해 담보 하나에 모든 채무에 대한 근저당을 한꺼번에 설정(포괄 근저당)하는 등 불공정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현장 검사하기로 했다. 양현근 부원장보는 "과제 총 15건에 대해 구체적 업무 일정을 마련해 올해 말까지 순차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래픽] 신차 할부금융 이용 추이 / 금융권 전세자금 대출 현황 기고자 : 윤주헌
본문자수 : 202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