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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20대 국회 개원(開院)을 사흘 앞둔 27일 '상시(常時) 청문회'를 가능토록 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아프리카 방문 중 전자결재를 통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4·13 총선을 통해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가 형성되면서 협치(協治)가 화두로 떠올랐지만 시작부터 대통령과 거야(巨野)의 충돌이 벌어질 조짐이다.

에티오피아를 국빈(國賓)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후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오전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국회법 개정안 재의(再議) 요구안을 전자결재로 재가했다. 국회 상임위원회의 청문회 대상을 '중요 사안'에서 '모든 현안'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 개정안에 대해 청와대 측은 '행정부 마비법'이라며 반발했었다. "국회 과반을 점하고 있는 야당이 수시로 공무원을 불러서 청문회를 열면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임위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사실상 무슨 사안이든 청문회를 열 수 있는 건 법 개정 전이나 이후나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여권과 야권이 20대 국회를 앞두고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날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며 선공(先攻)에 들어가자 야당은 거칠게 반발하며 역공(逆攻)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국민들은 총선 심판을 받고도 정부·여당이 바뀐 게 없다고 지탄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전자결재를 통해 새벽에 마치 한강 다리를 건너듯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국회를 또 한 번 무시하고 대통령·3당 원내대표 회동의 협치 정신을 찢어버린 결과"라고 했다. 박 대통령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 쿠데타 상황을 끌어다 비판한 것이다.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은 30일 개원하는 20대 국회에서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여권은 이 개정안이 19대 국회에서 의결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고 주장하고 있어 법리(法理) 다툼도 예상된다.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결 여부와 상관없이 여야는 20대 국회 초반부터 첨예한 대치 전선(戰線) 위에 마주 서게 됐다. 원 구성 협상도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사 A3·4면 기고자 : 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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