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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업 때 학생들이 어찌나 전투적이던지, 학생이 아니라 군인인 줄 알았다니까요." 서울 서초구의 한 탈북청소년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음악치료사 백경실(여·52)씨는 지난 3월 초 첫 수업시간을 떠올리며 까르르 웃었다. 백씨가 탬버린과 리코더, 북 등 수업에 쓸 악기들을 꺼내자 학생들이 서로 좋은 악기를 갖겠다며 싸움을 벌인 것이다. 10세 안팎의 학생들은 서로 "까부시겠다" "각을 뜨겠다"며 언성을 높였다.

어린 학생들을 겨우 진정시키고 노래를 가르쳤더니 이번엔 모든 아이가 군가 부르듯 소절마다 힘줘 불렀다. 학생들은 발표를 할 때도 등을 꼿꼿이 펴고 목에 핏대를 올리며 소리를 질렀다. 한국에 온 지 2년이 채 안 되는 아이들이 여전히 북한식 군사문화에 젖어 있었던 것이다.

한 달 보름여 만에 아이들은 확실히 변했다. 서로에게 욕을 퍼붓는 대신 악기를 양보했다. 호전적인 말투로 웅변하는 대신, 조곤조곤한 말투로 대화를 나누게 됐다. 군가처럼 불렀던 노래도 동요에 가까워졌다. 백씨는 "전투적인 문화에서 젖어 공격적이고 난폭한 성향을 보이던 아이들이 음악치료를 통해 차츰 동심(童心)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가 진행하는 '음악치료'는 음악을 통해 스트레스를 낮추고 공격성이나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누그러뜨리는 요법이다. 이 음악치료법은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과 우체국공익재단, 남북하나재단이 지난 3월부터 탈북 청소년들의 조기 적응을 위해 진행하는 '희망의 두드림'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을 졸업한 음악치료사 30명이 15개 기관에서 24주 동안 1주일에 1회씩 음악치료를 한다. 여정윤 숙명여대 교수는 "음악은 마음속 불안과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정서를 안정시켜주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음악치료를 통해 억양이 강한 북한 사투리를 쓰는 학생들의 발음을 표준말과 비슷하게 바꿔주기도 한다. 경기 고양시의 탈북청소년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김현정(여·34)씨는 "서울 발음을 익히지 못한 탈북자 아이들은 놀림당하는 게 싫어 아예 말을 안 하고 외톨이처럼 지내는 경우가 많다"면서 "서울 말투를 익힌 탈북청소년들은 자신감을 갖고 한국 아이들과 허물없이 지내게 된다"고 말했다.

숙명여대는 올해 음악치료를 받은 탈북 청소년들을 한자리에 모아 오는 12월에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기고자 : 문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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