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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단(講壇)이 있으면 강호(江湖)가 있다. 대학에서 안정된 월급을 받으며 강의실의 학생을 상대로 하면 강단이고, 월급은 없는 대신에 불규칙한 원고료를 받고 전국의 독자를 상대로 하면 강호다.

광주 토박이들이 사는 양림동의 한식집에서 4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눈 김정호(金井昊·1937~ ) 선생은 강호사학(江湖史學)의 대가였다. 적어도 석 달 열흘은 주야장천(晝夜長川) 이야기를 나눠보아야 할 상대라는 느낌이 왔다. 선생은 지난 50년 가까이 전남 지역의 인물, 족보, 명당, 특산물, 인문지리, 섬(島嶼), 유적지 등을 발로 뛰면서 연구한 분이다. 지방 신문 기자를 하면서 이러한 주제에 대한 연재 기사를 주로 썼기 때문이다. 조금만 틀려도 독자들이 항의하기 때문에 꼼꼼해 질 수밖에 없었다. 80세인 현재도 매일 자료를 뽑고 원고를 쓴다. 여기저기 연재하는 데가 5~6군데고 강연도 나간다. 80세에도 원고료 수입을 올리는 현역이다. "광주(光州)는 왜 이름에 빛 광(光)자가 들어가게 되었는가요?" "광산(光山)에서 유래했어요. 광산을 본관으로 하는 광산 김씨, 광산 이씨, 광산 정씨가 있지. '물 위에 떠 있는 산'이 광산이여. 산 그림자가 물에 비친다는 뜻이 광산인 거여. 광주시 광산구에는 황룡강이 흘러요. 이 강물에 어등산(魚登山)이 비쳐요. 물에 비치는 산 그림자가 더 아름답다고 여긴거요. 광주는 원래 물이 많은 습지였어요. 무등산(無等山)도 우리말의 '무들뫼'에서 유래했어요. '무들'은 '물들'이고, '물이 많은 들판의 뫼'인 거지. 물들에 있는 산. 옛날에는 바닷물이 시내에까지 강을 타고 드나들었어요. 양동시장 자리는 1930년대 매립을 하기 전까지는 갈대밭이었지. 중국 하남성의 신양시(新陽市)에도 '광산(光山)'이라는 지명이 있어요. 중국에서 자라가 많이 나는 곳인데, 광주시 광산구 황룡강 송산교에도 용봉탕(龍鳳湯)이 유명해. 자라와 닭을 끓인 탕이지. 경상도 용봉탕은 잉어와 닭을 쓰지만, 광주에서는 자라와 닭이야. 야구선수 선동열도 광산이 고향이니까 자라 들어간 용봉탕을 많이 먹었을 거야".

'역사'를 쓴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가 살아 있었다면 아마도 김정호 선생 같은 스타일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