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스티브 잡스가 프레젠테이션할 때마다 입었던 100여 벌의 검정 터틀넥 스웨터는 모두 그의 작품이었다. 얼마 전 세상 뜬 아방가르드 건축의 선두 주자 자하 하디드가 즐겼던 비정형 드레스 역시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내로라하는 세상의 크리에이터들이 경외한 예술가, 일본 패션 디자이너 미야케 이세이(三宅一生·78)다. 우리에겐 성과 이름의 순서를 서양식으로 바꾼 '이세이 미야케'란 패션 브랜드로 더 익숙한 그는 '한 장의 천'이라는 화두를 45년간 움켜쥐고 소재 혁명을 이끈 '소재의 건축가'다.

지난 3월 도쿄 국립신미술관에서 시작한 그의 회고전 'The Work of MIYAKE ISSEY'전(13일까지)이 일본은 물론이고, '르 몽드' '바자' 등에 보도되며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19일 찾은 전시장엔 이세이 미야케 '바오바오백'을 든 젊은 여성 관객과 오디오 가이드를 꽂고 작품에 몰입한 할아버지 관객까지 세대를 뛰어넘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주로 서양의 인상파 화가 기획전이 펼쳐지는 이 미술관에서, 일본을 대표하는 패션 거장을 내세운 전시인 만큼 일본의 창의성을 상징하는 '크리에이티브 군단'이 출동한 듯했다. 스타 산업 디자이너 요시오카 도쿠진이 잘게 자른 투명 플라스틱과 골판지 조각으로 '그리드 보디'란 특수 마네킹을 만들어 미야케의 소재 실험을 극대화해 보여준다. 그래픽 디자이너 사토 다쿠는 '한 장의 천'에서 시작해 신체와 의복 '사이'를 주목한 미야케의 예술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1988년 개발해 한때 청담동 사모님 패션을 정복했던 '플리츠 플리즈(Pleats Please)' 브랜드의 주름 천 제작 과정을 기계로 시연하고, 납작하게 접을 수 있는 바오바오백의 삼각형 구조를 공학적으로 보여준다. 기고자 : 김미리
본문자수 : 875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