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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딘 지단(44·프랑스)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고 날아올랐다. 부임 5개월의 '초보 감독'에게 자존심 강한 수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포르투갈)가 덥석 안겼다. 호날두는 "겸손함을 갖춘 지단은 우리의 이야기에 늘 귀를 기울인다"며 "지단 감독에게 우승컵을 선물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는 "지주(Zizou·지단의 애칭)가 부임하면서 라커룸 분위기가 하나가 됐다"며 "늘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 그의 긍정적인 태도가 팀을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지단 마드리드'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지단이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는 29일(한국 시각)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벌인 2015~2016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탈리아 밀라노)에서 1대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5대3으로 승리하며 역대 최다인 11번째 우승컵을 차지했다. 전반 15분 라모스가 선제골을 터뜨린 레알은 후반 34분 아틀레티코의 카라스코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승부차기에서 이겼다.

아틀레티코의 4번 키커 후안프란이 실축했고, 레알의 마지막 키커 호날두가 시원하게 골망을 갈라 우승을 확정했다. 호날두는 최근 훈련 도중 다쳐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선발 출장해 연장까지 뛰었고, "승부차기 5번 키커를 맡겠다"고 먼저 감독에게 요청할 정도로 팀 승리에 헌신했다. 16골로 챔피언스리그 4시즌 연속 득점왕을 차지한 그는 개인 통산 세 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우승을 통해 상금 및 배당금으로 1000억원대의 수입을 올리게 됐다.

지난 1월 레알의 지휘봉을 잡은 지단은 부임 5개월 만에 '빅 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의 별칭)'를 드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요한 크루이프와 카를로 안첼로티, 주제프 과르디올라 등에 이어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든 7번째 인물이 됐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 한 팀에서만 선수(2002)와 코치(2014), 감독(2016)으로 모두 정상에 오르는 진기록도 세웠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첫 프랑스인 감독이기도 하다.

'초보 감독' 지단은 이날 실수도 있었다. 교체 카드 3장을 후반에 다 써버리는 바람에 연장 들어 근육 경련을 일으킨 가레스 베일을 바꿔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단은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침착했다. 선수 시절 두 번의 월드컵(1998·2006)과 한 번의 유로(2000), 세 번의 챔피언스리그(1997·1998·2002) 등 메이저대회 결승만 7차례 나섰던 그는 수시로 호날두와 베일 등 선수들을 불러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했다. 골닷컴은 "연장 후반을 앞두고 호날두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지단의 모습은 마치 친구와 대화하며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학생처럼 편해 보였다"고 했다.

지단은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설 것이란 예상과 달리 수비 라인을 전체적으로 내려 안정을 꾀하며 역습을 노리는 전략으로 상대의 허를 찔렀다. 베일이 근육 경련을 일으켰지만, 그의 큰 경기 경험을 믿고 승부차기 3번 키커로 기용해 성공을 거뒀다.

지단은 "오늘 우승은 1998 프랑스 월드컵 우승 때만큼 기쁘다"며 "선수들은 전적으로 나를 따라줬고, 나도 그들의 의견을 존중했다"고 말했다. 수퍼스타들이 즐비한 레알 마드리드에서 지단이 성공을 거두는 것은 지단 스스로 수퍼스타이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역 시절 화려한 테크닉으로 '아트 사커'를 이끌었던 지단은 감독 부임 후에도 훈련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뒹굴며 자신의 기술을 전수해 '캡틴'처럼 보이기도 한다. 선수 시절의 드높은 명성으로 만들어진 카리스마에, 친형처럼 스스럼없이 다가서는 지도 스타일이 더해진 지단의 리더십으로 레알 마드리드는 단단한 하나의 팀이 됐다. 수비수 마르셀루는 "지단의 말이라면 그냥 믿고 따른다"고 말했다.

기고자 : 장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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