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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영국에서 복잡한 체계의 실링 화폐 단위를 간단한 십진 단위로 바꾸자 오히려 불편함을 느낀 한 할머니가 자살했다. 그간 영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실링화로 거스름돈을 계산할 때 어리둥절해하며 상당한 불편을 겪었다. 그 할머니는 바뀐 거스름돈 체계가 이해하기 어려워서라기보다 이미 습관화된 탓에 새 제도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우리는 수년 전부터 토지와 주택 등의 면적 표시 단위를 평(坪) 대신 제곱미터(㎡)를 사용하라고 의무화했다. 이 변경에 따라 오랫동안 평수로 면적을 이해해온 세대들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머릿속으로 나름의 계산법으로 환산해보지만 명확히 크기를 가늠하긴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도 세계적으로 통일된 미터제를 쓰지 않고 마일, 야드, 피트 등을 사용한다. 처음 미국을 방문하거나 이민 생활을 시작한 한국인들은 상당히 애를 먹곤 한다.

요즘 새로 변경 시행된 도로명 주소로는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기 힘들어서 예전 주소를 입력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새 제도의 정착까지 어느 정도 시행착오나 불편을 겪지 않을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새 제도에 익숙해져 가도록, 즉 국민 편의를 위해 신구 두 체계 다 병기하도록 해야 바람직하다.

최성용 서울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기고자 : 최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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