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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재정이 흑자를 거듭하면서 지난달 흑자액이 사상 유례없는 17조8488억원을 기록했다. 올 연말이면 2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건강보험료를 너무 많이 걷고 짜게 지급한 결과가 아닐까하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막대한 흑자로 보이지만 4개월 진료비밖에 안 되고, 앞으로 보장성 확대가 되면 돈이 많이 들 것"이라며 '짜게 지급했다'는 지적을 반박한다. 하지만 복지부는 건보 재정 흑자에 대해 3가지를 오판하고 있다. 흑자 20조원을 허물 요인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우선 예산 당국은 건보에 대한 국고 지원금을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 예산 당국은 작년에 이미 올해 말 종료될 7조원 규모의 건강보험 국고지원법 연장을 반대했다. "우리는 이자를 내서 건보에 재정 지원을 하는데 건보는 돈 쌓아놓고 이자 놀이 하느냐"는 논리다. 결국 국회에서 국고지원법을 1년 연장했지만, 올해 말이면 다시 건보에 대한 국고 지원을 폐지 또는 축소하려 들 것은 뻔하다. 결국 국민의 건보료 부담만 늘리게 돼 흑자가 오히려 화를 불러올지 모르게 됐다. 둘째, 국민도 건보료 인상을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 어려운데 보험료율을 올리자면 누가 찬성하겠는가. 작년에도 건보료 결정 회의에서 동결 주장이 나왔고, 겨우 0.9% 올렸다. 셋째, 국고로 지원할 사안을 건보의 흑자 재정에 떠넘길 수 있다. 이미 제약산업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임상시험 진료비를 건보에서 처리하자는 법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건보 흑자는 결국 적정 규모로 유지해야 별 탈 없이 안전운행 할 수 있다. 법에 지출 예상액(50조원)의 50%를 지출 준비금으로 쌓아놓으라고 했지만, 25조원이나 준비금으로 쌓는다면 설득력이 있을까. 현실에 맞게 지출 준비금을 3~4개월치로 내려야 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흑자 줄이기로 나서선 안 된다. 건보 흑자는 불황으로 병원에 덜 가고 노인의료비 증가 폭이 둔화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 우선순위에 대한 철학과 명분이 있어야 한다. 우선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개편해 공정한 보험료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송파 3모녀 사건'처럼 소득이 한 푼도 없는데 월 5만원씩 건보료를 내라면 저소득층을 막다른 길로 내모는 짓이다. 소득 중심으로 보험료를 매기면 재산에 대한 보험료 부담이 줄어 건보료가 지금보다 적게 걷히게 된다. 그 부족분 1조원을 건보 흑자 재정에서 해결하자. 그래야 누구든 흔쾌히 건보료를 낼 게 아닌가.

의료계의 저수가도 해결할 기회다. 의료계 수가를 모두 올려주자는 게 아니다. 첨단 기계로 하는 수가(병원에 지급하는 진료비)는 높게 쳐주고, 의사가 직접 손으로 하는 수가는 낮은 게 현실이다. 외과나 흉부외과 의사가 상처를 꿰매고 치료하는 수가가 수의사들의 동물 치료비보다 적은 40년 된 고질병을 이번에 손봐야 한다.

건보는 앞으로 10년 뒤면 터지는 예고된 시한폭탄이다. 노인 수가 지금보다 두 배가량 늘어 재정지출이 심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국 경로당 등에 파견하는 건강관리사를 대폭 늘려 '체조 교실' 등을 상설화하자. 건강한 노인을 만드는 게 건강보험 시한폭탄의 시침을 늦출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기고자 : 김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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