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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與野)는 20대 국회가 시작된 30일부터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 등 총선 전리품(戰利品)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여야는 지금까지 "국회의장 등 자리에 집착하지 않겠다" "통 크게 협상하겠다"고 했지만, 결국은 자기 몫 챙기기로 흐르면서 '지각 개원'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새누리 "국회의장 가져와야", 더민주 이미 내부 경쟁 치열

3당 자리 챙기기의 핵심은 국회의장이다. 당초 4·13 총선을 통해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몫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현실적으로 우리가 국회의장을 맡기는 어렵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30일 의총에서는 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회의장 사수" 목소리가 분출됐다. 정용기 의원은 "법리적으로 제1당이 국회의장을 무조건 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고 했다. 윤영석, 김기선 의원도 "국회의장을 쉽게 야당에 양보해선 안 된다"고 했다. 국회부의장 출신 5선(選) 정갑윤 의원도 "국회의장직은 여당이 지켜야 한다"고 했고, 4선(選) 정우택 의원은 "탈당한 의원들을 복당시켜 제1당을 만든 뒤, 국회의장을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정진석 원내대표도 "책임 있는 집권 여당으로서 국회의장직을 포기한 적은 없다"고 했다.

당연히 본인들 자리로 생각하고 있는 더민주에서는 이미 국회의장직을 놓고 내부 경쟁이 진행 중이다. 문희상, 정세균, 이석현, 박병석, 원혜영 의원 등 5명이 과열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더민주 정세균 의원은 이날 "더민주가 국회의장을 맡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의장 후보들도 비슷한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원내 제1당이 국회의장을 하는 게 원칙이기는 하지만 이를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양당 원내 지도부의 말도 계속 바뀌고 있어서 좀 더 숙고해봐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당이 상임위 배분 협상에서 많은 몫을 챙기기 위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임위원장 신경전도 평행선

여야 3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원 구성 협상과 관련해 논의를 했지만 단순한 수치적 합의만 도출했을 뿐 각론에서는 이견(異見)이 여전했다. 18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더민주와 새누리당이 각각 8개, 국민의당이 2개 위원장을 가져가는 데만 공감대를 이뤘을 뿐이다. 국회 운영 전반에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으며 사회적 영향력도 큰 법제사법·예산결산특별·운영위원회 등 3개 위원장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동시에 "국회의장직을 양보할 수도 있으니 이 3개 위원장은 우리에게 달라"고 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이 법제사법·예산결산특별·운영위원회를 다 주면 국회의장을 양보할 수도 있다"며 "사실 국회의장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게 없다"고도 했다.

여기에다 경제 정책과 정부 부처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위원장직을 놓고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2개 상임위를 양분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됐지만 이날 국민의당 의총에서 "내년 대선에서 정책 정당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기획재정위원회를 장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국회법은 원 구성을 6월 9일까지 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이번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고자 : 최승현 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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