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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6일간의 고국 방문을 마치고 30일 출국했다. 그는 방한 도중 자신의 언행을 둘러싼 정치적 해석에 대해 "국내에서의 행동에 대해 과대 해석하거나 추측하는 것은 삼가, 자제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날 경주 화백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유엔 NGO 콘퍼런스'에 참석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 25일 관훈클럽 발언이) 좀 과대·확대 증폭된 면이 없잖아 있어 저도 당혹스럽게 생각한 면이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제가 무슨 일을 할 것인지는 저 자신이 제일 잘 아는 사람일 테고, 제가 결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방한 중 활동과 관련해 오해가 없으시기를 바란다. 정치적 행보와 전혀 무관하게 오로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국제적 행사에 참여하고, 주관하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반 총장 특유의 반반(半半) 화법이 다시 나왔다"고 했다. 반 총장 스스로 방한 기간에 대선 후보처럼 말하고 행동해 놓고 막판에 출마에 뜻이 없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말을 하고 떠났다는 것이다. '반반 화법'은 어느 쪽에도 무게를 싣지 않으면서 민감한 주제를 피해 나가는 반 총장 특유의 화법으로, '반반(潘半) 화법'이라고도 쓴다.

대선 후보로서 반 총장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 계기는 방한 첫날인 지난 25일 열린 제주 관훈클럽 간담회였다. 반 총장은 이 자리에서 "내년 1월 1일이면 한국 사람이 된다.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 가서 고민해 결심하겠다"고 했다. 건강 얘기가 나오자 "미국 대통령 나온 사람들이 민주당은 전부 70대"라고도 했었다. 이날 반 총장은 이와 관련해 "비공개 간담회였다"며 "과대 확대 증폭된 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참석했던 언론인들은 "이해 안 되는 발언"이라고 했다. 당시 간담회는 방송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다. 반 총장은 자신이 말한 내용의 구체적 수치까지 정정하기도 하는 등 공개될 것을 예상한 듯 발언했었다. 반 총장은 이후 방한 일정 내내 취재진과 계속 같이 있으면서도 도중에 자신의 발언을 정정해달라거나 해명하지 않았다. 기자들이 '대선 출마를 시사한 것이냐'고 물어도 "허허" 웃기만 했다. 출국 당일인 30일에도 '경북 방문 일정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반 총장은 지난 28일에는 서울 신당동의 김종필(JP) 전 총리 자택을 방문해 배석자 없이 30분간 밀담을 나누고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다. 여야 정치인들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JP와 비밀리에 나눌 얘기가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 29일에는 류성룡 선생의 하회마을에 들르고 '제왕 나무'라는 주목(朱木)을 심고 경북 도청 신청사까지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 정치인들과 오찬, 만찬도 했다.

이 때문에 반 총장이 이날 "확대 해석 말라"고 했지만, 정치권에는 그가 대선 후보 출마 뜻이 없는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었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반 총장이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해 놓고 앞으로 검증 공세에 시달릴 것을 우려해 '반반 화법'을 구사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대선주자로서 확실한 각인 효과는 얻었다. 유엔에서 '본국 국내 정치 하느냐'는 비난이 나올 것에 대비하는 발언을 해둔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왔다. 반 총장은 30일 오후 8시 인천공항에서 뉴욕행 비행기로 출국했다.

기고자 : 선정민 양승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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