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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는 애초 유로존 가입 자격이 안 되는 나라였다. 1999년 유로존 출범 당시엔 탈락했다가 2001년 겨우 가입 자격을 얻었다.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을 조작하고, 공무원을 늘려 실업률을 낮추는 꼼수를 썼다. 그렇게 해서 1980년대 말 30만명 선이던 그리스 공무원 수가 2001년 69만명으로 늘었다. 근로자 4명 중 1명이 공무원인 나라의 종착역은 결국 국가 부도였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고용 지표에 민감하다. 지난해 7월 취업자 증가 폭이 5000명대로 추락한 '고용 참사' 이후로 일자리 숫자 뻥튀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세금으로 월급 주는 공무원 17만명 증원으로 될 일이 아니었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들 팔을 비틀어 '청년 인턴' 일자리 3만개, 대학 강의실 불 끄기 등의 알바 자리 5만9000개를 만들어 냈다.

▶노인층에도 집중적으로 세금을 뿌리고 있다. 작년과 올해 노인용 공공 알바 일자리 110만개를 만든다고 세금을 1조4000억원이나 쏟아부었다. 거리 쓰레기 줍거나 학교 앞 횡단보도 안내하는 일들이다. 그런 엉터리 일자리를 대거 만들어 지난 5월 중 60세 이상 취업자 통계가 1년 전보다 35만명 늘었다.

▶한동안 일자리 숫자 불리는 데 한몫했던 농촌 일자리 증가가 4월 이후 뚝 끊겨 정부가 비상이라고 한다. 작년 한 해 일자리 증가 폭이 9만7000개에 그칠 때, 농어촌 일자리는 6만개 이상 늘었다. 알고 보니 그중 절반은 일자리를 잃고 하는 수 없이 집안 농사일을 돕게 된 '60대 여성 근로자'들이었다. 이젠 이런 '농촌 일자리 예비군' 재고마저 바닥났는지 4월 이후 농촌 일자리 증가 폭이 1만명대로 떨어졌다. 정부는 올해 추경에도 또 알바 일자리 6만개를 만드는 예산을 끼워 넣었다.

▶금융감독원이 작년에 은행권 고용 통계 기준을 슬그머니 바꿨다. 비정규직, 청원경찰 같은 외부 업체 파견 직원까지 은행원 머릿수에 넣도록 했다. 그 결과 은행원 수가 2017년 9만13명에서 2018년 10만3869명으로 15% 급증했다. 취임 일성으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했던 금융위원장은 은행의 일자리 창출 실적을 매년 측정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은행원 머릿수를 늘릴 꼼수를 마련한 뒤 '알아서 하라'고 윽박지르는 꼴이다. 금감원은 보험·증권사 등과 고용 지표 기준을 통일시킨 것일 뿐이라고 한다. 정부에 일자리 문제는 '국민의 실질적 삶'이 아니라 홍보용 '숫자'일 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