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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키소스는 물에 비친 자기 그림자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별처럼 빛나는 두 눈, 아폴로 신과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은 곱슬곱슬한 머릿결, 보드라운 뺨, 상아 같은 목, 붉은 입술, 그리고 이 모든 것 위에서 빛나는 건강하고 단련된 몸. 그는 입맞춤을 하고 싶었다. 포옹하려고 물속으로 두 팔을 뻗었다.

―토머스 불핀치 '신화의 시대' 중에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열심히 화장하는 젊은 여성들을 보곤 한다. 안 해도 예쁜데 작은 손거울을 들여다보며 비비크림을 바르고 파우더를 두드리고 눈썹과 입술을 색칠한다. 남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겠지만 스스로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하지 않는 일이다.

셀프 카메라를 찍는 모습은 더 쉽게 볼 수 있다. 사진을 찍고 고르고 소셜미디어에 올린다. 좋아요 클릭과 공감 하트, 예뻐요, 멋져요 댓글을 읽으면 자존감이 높아진다. 세상과 연결되어 있구나, 안심한다. 지난 6월 21일은 '세계 셀카의 날'이었다. 셀카는 인류 문화의 일부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는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요정과 인간이 자주 등장한다. 에코는 제 입에서 나오는 말만 사랑하다 남의 말만 따라 하는 메아리가 된다. 사랑할 줄 모르던 미소년 나르키소스는 물에 비친 자기 모습에 반하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슬퍼하다 수선화가 된다.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조각한 여인상과 사랑에 빠진다. 신은 예술가의 자아도취가 밉지 않았던지 조각에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 피그말리온은 갈라테이아라 이름 붙인 아름다운 조각상 여인과 결혼해서 아들 낳고 행복하게 잘 살았다. 신화에서는 보기 드문 해피엔딩이다.

자신감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일의 성취나 세상과 맺은 좋은 관계는 자신을 아끼고 존중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에코도, 나르키소스도, 더 멋진 자신을 창조하고 싶은 피그말리온도 우리 안에 있다. 그중 무엇을 더 사랑하고 어떤 모습을 완성해갈지는 오직 스스로의 선택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