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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 시스템 이용 차단
이란을 국가아닌 테러집단 간주, 체제 바꾸는 '레짐 체인지' 노려

미국이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를 제재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대(對)이란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각)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와 최고 지도자실 관계자들이 미국 금융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고 미국 내에 보유 중인 자산에도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한다'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제재 대상에는 이란 최정예군인 혁명수비대의 고위 사령관 8명도 포함됐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번 제재로 동결되는 미국 내 이란 자산은 수십억달러 규모"라며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도 이번 주 안으로 제재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신정(神政)일치 국가로 '신의 대리인'으로 추앙받는 최고 지도자인 하메네이가 입법·행정·사법부를 모두 관할한다. 최고 지도자는 15만명에 달하는 혁명수비대 통수권과 대통령에 대한 인준·해임권까지 손에 쥐고 있다.

미국이 이런 최고 지도자를 제재 명단에 올린 것은 이란의 체제 자체를 부정하고, 이란 정권을 국가가 아니라 테러 집단처럼 취급하겠다는 의미다.

재럿 블랑 미국 카네기재단 선임 연구위원은 "최고 지도자에게 제재를 가한 것은 미국이 이란의 통치 체제를 바꾸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정책'을 추구하겠다는 신호"라고 아랍권 매체 알 자지라에 말했다.

트럼프는 "이란 최고 지도자를 세게 때릴(hard hitting) 제재"라며 "이란 정권의 적대적 행위에 대한 책임이 궁극적으로 하메네이에게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추가 제재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알 자지라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1989년 중국을 국빈 방문한 이후 30년간 해외에 나간 적이 없다. 해외에 재산이 있을 가능성도 낮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실의 브라이언 오툴 선임 연구위원은 "하메네이에 대한 제재는 실질적 효과가 거의 없는 상징적인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최고 지도자를 정면으로 겨냥하자 이란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5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제재는 미국이 이란을 상대하다 좌절했다는 방증"이라며 "백악관은 정신적으로 장애가 있다"고 비난했다. 자리프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미국은 민주주의를 경멸하며 전쟁을 갈망하고 있다'고 썼다. 압바스 무사비 외무부 대변인은 25일 트윗에서 "미국이 이란 최고 지도자를 제재한 것은 '외교의 길'을 영원히 폐쇄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트위터를 통해 "오늘 이란의 무지하고 모욕적인 입장 표명은 그들이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라며 "(앞으로) 미국을 겨냥한 이란의 어떠한 공격도 우리의 위대하고 압도적인 힘에 부닥칠 것이다. '압도적'이란 말의 뜻은 '말살'을 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존 볼턴 미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이란이 핵 합의에서 규정한 저농축 우라늄의 저장 한도(300㎏)를 넘길 경우 "(군사적 대응 등)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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