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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는 맨날 똑같잖아. 안 그래?"

한국미술사 중에서도 그림을 전공으로 하다 보니 주변에서 이런 말을 듣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설명이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표정이 달라진다. "짧게 말해! 왜 똑같은 걸 그리냐고?"

동아시아 회화권에서의 그림 제작 관습은 서양과 달랐다. 원작 위에 종이나 비단을 올려놓고 비쳐 나오는 형상을 그리는 모(摹), 원작 옆에 종이나 비단을 놓고 따라 그리는 임(臨), 원작의 정신성을 받들어 그리는 방(倣)의 방식으로 그림이 제작됐다. 모는 요즘으로 말하면 복제 또는 복사한다는 의미이고, 방은 원작의 뜻을 그리는 것이기에 원작과 차이가 많이 날 수 있으며, 임은 모와 방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다고 할 수 있다. 모는 원작과 그려진 형상이 똑같아야 하는 초상화 등을 그릴 때 사용되고 방은 과거의 명작을 자기식으로 소화하여 그려내는 방식인 데 비해 임은 모와 방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다는 의미이다.

모, 임, 방은 전통을 중시하는 동양의 회화 제작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그림이 제작된 배경은 '옛 성인의 가르침을 그대로 전하고 자기의 설을 짓지 않는다'는 술이부작(述而不作)의 정신이다.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이 '공자 왈'하며 옛 성인의 말씀에 자신의 생각을 더하여 개진했듯이 그림에서도 옛 그림을 본받아 그리고 그 뜻을 이으려 했기 때문이다. 동아시아의 전통 사회는 서양처럼 개성에 중요성을 두는 문화가 아니었음을 전제하고 옛 그림을 살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동양화는 똑같은 그림을 반복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올해 핀 꽃은 작년의 꽃이 아니고 지금 흘러가는 강물은 어제 흘러간 강물이 아니다. 겉모습은 비슷해 보여도 내용은 결코 같을 수 없고 언제나 변하는 게 삶이다. '향수'로 유명한 시인 정지용은 "꾀꼬리는 꾀꼬리 소리밖에 말하지 못하나 항시 새롭다"고 했다. 이 말이 동양화의 반복성에 대한 어떤 계시와도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기고자 : 김상엽 국외소재문화재재단 팀장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989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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