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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산업 뿌리 '면방' 사라질 우려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 등 영향… 국내에는 안산 염색 공장만 남아

100년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상장 1호 기업 경방이 이달 말 광주광역시와 경기 용인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지난 2년간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인한 국내외 경기 불황으로 실적이 악화된 데 따른 조치다. 업계에서는 섬유산업의 뿌리인 면방산업이 자취를 감출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1일 금감원 전자공시와 업계에 따르면 경방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2020년 3월부터 중단 예정이던 광주 공장을 7개월 앞당겨 이달 말부터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광주 공장은 경방 매출의 12.6%를 차지한다. 광주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100여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 용인 공장의 매출 비중은 3.7%다. 광주·용인 두 공장이 문을 닫게 되면 경방의 국내 공장은 경기 안산에 있는 염색 공장만 남게 된다. 회사는 "앞으로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라면서 "단기적으로 매출 감소 등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경방은 반기 보고서에서 "광주 공장은 일부 투자 설비를 베트남 공장으로 이전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 증대를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방은 매년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2013년부터 베트남에 공장을 건설해 생산해왔다. 또 작년 4월부터 광주 공장의 설비 일부도 베트남 이전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섬유 수요가 줄면서 베트남 사업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경방은 "국내 경기 부진에 따라 소비가 감소하고 수출은 선진국 경기 회복 지연으로 주문이 감소했다"며 "재고 증가와 수익성 악화로 영업 환경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방의 상반기 매출은 작년보다 1.5%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20% 넘게 줄었다. 특히 지난해 76억원 영업 손실을 낸 섬유사업부는 올 상반기에만 7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경방은 1919년 '우리 옷감은 우리 손으로'라는 기치를 내걸고 경성방직으로 출발했다. 김준 회장의 할아버지인 고(故) 김용완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여러 차례 지냈고, 아버지인 고(故) 김각중 명예회장도 전경련 회장을 지내는 등 우리나라 산업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한방직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준 회장은 지난 2017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업계의 어려움을 공개적으로 호소하기도 했다.

[그래픽] 적자 커지는 경방 섬유사업부 기고자 : 전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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