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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피해 예방액만 24조원대
4년8개월간 기술유출 85건 막아
최근엔 자주포 등 'K방산'이 타깃

지난해 초 국내 유명 배터리 생산 업체 출신 연구원 2명이 유럽계 경쟁 업체에 이직을 시도하는 것이 국정원에 포착됐다. 이들은 국내 업체의 차세대 배터리 기술 담당이었다. 회사 안팎에서 '수상하다'는 말이 돌았다. 국정원 조사 결과 이들은 퇴직 전 회사의 배터리 핵심 기술 자료를 인터넷 클라우드(가상 서버)에 올려 밖으로 빼낸 것으로 파악됐다. 국정원은 이들이 핵심 기술을 들고 해외로 나가기 직전 검거했다. 수백억원 상당의 기술 유출 피해가 발생할 뻔했다. 이들은 올해 1월 영업비밀 보호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중국 한 기업이 국내 유명 대학에 산학(産學) 공동 연구 명목으로 연구원을 파견한 뒤 그를 통해 국내 대학과 기업의 기술을 빼내려다 적발된 사건도 있었다.

'산업 스파이'가 국내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기술 분야를 집중적으로 노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국정원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올 8월까지 4년 8개월간 기술 유출을 막은 사건은 85건으로, 피해 예방액은 24조원대에 달한다. 전체 85건 중 약 85%인 72건은 반도체(22건), 디스플레이(20), 2차 전지(6), 자동차(7), 정보통신(7), 조선(6), 전기전자(4) 등 첨단 산업 분야로, 다른 국가가 아직 따라오지 못한 핵심 기술이 많았다. 특히 기술력으로 승부를 보는 알짜 중소기업이 주요 타깃이 됐다. 피해 사건 절반 이상인 45건이 중소기업에서 벌어졌다. 대기업은 32건, 대학·연구소는 8건이었다. 상대적으로 대기업보다 보안 시스템이 약한 점을 노린 것이다.

기술 유출 수법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성인물이나 마약이 유통되는 인터넷 암시장인 이른바 '다크 웹'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직 금지 약정'을 피하기 위해 정규직이 아닌 자문·연구용역 형식으로 위장 취업해 거액의 대가를 받는 일도 있었다. 외국 기업이 기술 탈취 목적으로 '국가 핵심 기술'을 보유한 국내 중소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는 등 합법과 비합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형도 나오고 있다.

국정원은 최근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K2 전차 등 국산 무기가 폴란드·이집트 등에 대량 수출되면서 'K방산'의 주요 기술도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 분야의 산업 스파이 차단 활동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고자 :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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