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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때 침수돼 고장… 여기가 수도 서울 맞습니까

지난 8월 초 서울 강남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을 때 침수된 지하철역 9곳의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 등 승강 장치 약 50대가 폭우 후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작동 불가'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1~8호선 지하철 관리를 맡은 서울교통공사와 9호선을 관리하는 서울시메트로9호선 안팎에서는 일부 역의 경우 정상 가동까지 최장 6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월 초 폭우로 고장 난 엘리베이터를 내년 봄에나 다시 이용할 수 있을지 모른단 뜻이다. 하루 수만명이 이용하는 각 역에선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 교통 약자 불편이 이어지고 있어, '늑장 대응'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3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7일 기준 침수 피해가 있었던 지하철 3호선 대치역, 4호선 사당역, 7호선 이수·상도·고속터미널·온수역, 8호선 남한산성입구역, 9호선 동작역·구반포역에선 엘리베이터 10대와 에스컬레이터 36대, 무빙워크 2대가 정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각 지하철역은 고속터미널역이 하루 평균 8만3000여 명이 이용하는 등 매일 시민 수만명이 이용한다. 특히 하루 평균 1만6000여 명이 이용하는 9호선 동작역의 경우 국립현충원과 연결돼 장년층 다수가 이용한다.

동작역의 경우 지하 3층 9호선 승강장으로 향하는 길에 에스컬레이터 16대와 무빙워크 2대, 엘리베이터 5대가 있는데 모두 사용 중단됐다. 계단 외에는 승강장으로 내려갈 방법이 없다. 9번 출구가 있는 지상에서 9호선 승강장까지 계단이 140개가 넘는다. 20대 기자가 최단 거리로 걸어도 8분이 걸렸다. 현재 9호선 측은 "동작·구반포역 승강기 이용이 불가능하다. 휠체어 이용 승객은 다른 역을 이용해달라"는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날 오후 1시 30분쯤 동작역에서 만난 배모(76)씨는 "다른 역에서 내리면 목적지에 가려고 더 많이 걸어야 되는데 말이나 되는 소리냐"라며 "서울 한복판에서 두 달째 엘리베이터가 고장이라는 걸 이해를 못 하겠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남대문시장에 가려고 동작역에서 4호선으로 환승하려던 김모(86)씨는 바퀴 달린 가방을 끌고 승강장 계단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김씨는 "2주 전에 왔을 때도 이래서 그때는 노량진까지 가서 여러번 갈아탔다"고 말했다.

다른 역도 비슷하다. 구반포역은 지상에서 승강장으로 연결되는 엘리베이터 2대가 모두 멈췄고, 에스컬레이터는 상행 2대만 운영되고 있다. 휠체어 탄 사람이 지하철을 탈 방법이 없다. 사당역도 9번 출구 앞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다른 승강기를 타려면 역 내부에서 200m를 걸어 다른 쪽으로 가야 한다.

현재 폭우 발생 이후 2개월이 지났지만 현장에서 실제 본격적인 보수 공사가 시작된 곳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공사 등은 승강 장치가 정상화되려면 3호선 대치역 등 7개 역은 앞으로 최대 2개월, 9호선 2개 역은 최대 6개월까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선 서울시 등의 대응이 지나치게 더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교통공사나 9호선 측은 "핵심 부품이 망가지는 등 대대적인 공사를 해야 해서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본지 취재에 따르면 각 회사 내부에서 수리 절차가 더디게 진행된 정황이 있었다. 1~8호선을 관리하는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폭우 후 한 달이 지난 지난 9월 초에야 보수 공사 발주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구동 모터와 스텝(발 밟는 곳) 등 핵심 부품이 망가져 대대적인 공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안전 문제를 검토하고 수리 업체를 정해 공문을 보내는 등 행정절차를 밟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9호선 측도 30일 보수, 수리 공사 발주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명도 비슷했다. 9호선 관계자는 "침수 발생 이후부터 수리 업체인 현대엘리베이터 측과 논의하며 필요 부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부품의 안전성을 검토하는 등 행정절차가 있어 시간이 더 걸렸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 눈높이에 맞지 않게 공사가 늦어지고 있는 점이 분명한 만큼 복구가 원활하도록 독려하겠다"고 했다. 기고자 : 유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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