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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후 다른 길 가는 洪·劉

국민의힘 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사실상 비윤(非尹)의 선봉장으로 나섰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통령 보호' 모드로 돌아섰다. 양측의 신경전엔 과거 유 전 의원이 '홍준표 대표 체제'를 무너뜨렸던 개인적 악연,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둔 두 정치인의 주도권 다툼 성격까지 깔려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홍 시장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박근혜 탄핵 전야 같다"면서 "개혁적이지도 않은 사람들이 입으로만 내세우는 개혁 보수 타령 이제 그만하라"고 썼다. 윤석열 대통령을 연일 비판하는 유 전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내부 분탕질로 탄핵 사태까지 가고 보수의 궤멸을 가져온 것"이라며 "그걸 개혁 보수로 분칠하면서 좌파 정권 집권에 앞장서고, 좌파 정권 내내 같은 보수 정당만 집요하게 공격한 것은 용서가 되는 것이냐"고 했다. '탄핵 책임론'까지 거론하며 유 전 의원이 윤석열 정부에 대해 '내부 총질'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이다. 그는 전날 자신의 청년 소통 플랫폼 '청년의꿈'에서 한 지지자가 "유승민이 그나마 옳은 소리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데 대해 "대통령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침묵하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경기지사 경선 패배 이후 침묵을 이어온 유 전 의원은 최근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지난달 대구 경북대 특강을 마친 뒤 윤 대통령의 '뉴욕 발언'과 대통령실의 대응에 대해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는 코미디 같은 일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2일에는 '당대표 여론조사? 개혁 보수 지지'라는 제목의 짧은 유튜브 영상을 올렸다. 홍 시장의 '개혁 보수 비판'에 대한 응답으로 해석됐다. 이 영상의 첫 화면은 차기 국민의힘 당대표 지지율 조사에서 유 전 의원이 34.3%로 나경원 전 의원(14.2%), 이준석 대표(14%), 안철수 의원(12.3%), 김기현 의원(5.4%) 등을 앞서는 것으로 나온 그래픽이었다.

두 사람의 신경전은 차기 구도와도 연결된다. 경남지사 출신인 홍 시장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구로 온 것은 '영남권'을 묶어 차기 대권 도전을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일반 여론조사에선 이겼지만, 영남이 주류인 당원 투표에서 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당의 핵심 지지층을 중심으로 당심(黨心)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홍 시장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현직 단체장이라는 점에서 활동 폭에 제한을 받고 있다.

반면 대구 출신 유 전 의원은 당내 '대안 세력'을 노리고 있다. 대통령과 당 주류를 대체할 세력으로 인정받아 이른바 '배신자 프레임'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유 전 의원 측은 최근 대구경북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주목하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유 전 의원에게 가장 비판적이었던 대구경북에서 지지를 회복하고, '개혁 보수'로 수도권에서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홍 시장과 유 전 의원의 개인적 악연도 한몫하고 있다는 평가다. 홍 시장이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이던 2011년 당시 최고위원이던 유 전 의원 주도로 다른 최고위원들이 사퇴하면서 '홍준표 체제'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래픽] 대통령·당 주류 지원 사격하는 홍준표 시장 / 대통령 저격하는 유승민 전 의원 기고자 : 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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