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정확한 수치조차 집계 안돼… 지원 사각에 빈곤 대물림

자립도 하기 전에 장애·질병이 있는 부모나 조부모를 돌봐야 하는 10대 후반~20대 중반의 이른바 '영 케어러(young carer)'도 언제든 '청년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가족 돌봄 청년'으로도 불리는 이들은 어릴 적부터 돌봄을 받는 대신 역으로 가족들을 돌보느라 학업이나 취업, 창업 등 자신의 미래 설계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대(代)를 이은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지방의 한 선박 건조 협력 업체에서 노동자로 일하는 20대 A씨는 과거 대학에 합격하고도 부모님의 이혼과 할머니의 병환 등으로 진학을 포기했다.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려고도 했지만, 할머니 병원비와 생활비로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는 "지금 있는 일자리의 급여 수준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당장 필요한 돈에 붙잡혀 하루하루 살다 보니 도전할 의지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했다.

국내에는 아직 A씨와 같은 '영 케어러'가 얼마나 되는지 공식 통계가 없다. 다만 지난 2월 국회입법조사처가 영국과 독일 등 해외 국가들의 통계 자료를 종합해 국내에 18만4000~29만5000명의 '영 케어러'가 존재할 수 있다는 추정치를 내놓은 상태다.

이 중 적지 않은 사람이 이미 기초생활수급자이거나 곧 수급자가 될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란 분석이다.

'영 케어러'들은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경제적 부담과 함께,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크다는 것이다. 2020년 호주에서 '영 케어러' 772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73.5%가 '사회적 고립감을 느낀다'고 답했고, 73.8%는 '정신적으로 고통스럽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에서 지난 4월부터 한 달간 전국 청소년·청년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서울시의회에서도 지원 조례를 제정하는 등 당국에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기고자 : 강우량 기자
본문자수 : 971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