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바그너의 4부작 '니벨룽의 반지'

나흘간 총 16시간.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의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이하 '반지')는 엄청난 규모와 공연 시간 때문에 유럽 극장에서도 쉽사리 엄두를 내지 못하는 대작이다.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맞아서 이 오페라가 10월 16일부터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라간다. 지난 2005년 러시아 명문 마린스키 극장(지휘 발레리 게르기예프)이 세종문화회관에서 바그너의 4부작을 한국에서 처음 선보인 이후 17년 만의 두 번째 무대다.

이번 '반지'는 독일 만하임 오페라 극장에서 지난 7월 공연한 버전이다. 이번 공연을 위해 독일 만하임 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주역 가수까지 총 240여 명의 '오페라 대부대'가 방한할 예정이다.

현재 만하임 극장 상임 연출가인 한국 출신의 요나 김<위 사진>이 이번 '반지'의 연출을 맡았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에서 인문학을 공부한 그는 2004년부터 오페라 대본 작가와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5년 국립오페라단 초청으로 예술의전당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후궁 탈출'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일 전화 인터뷰에서 "바그너의 '반지'는 연출가들도 평생 한 번 해보기 쉽지 않은 대작인데, 고국에서 관객들과 함께 '오페라 마라톤'을 달린다고 생각하니 설렌다"고 말했다.

게르만 신화에 바탕한 '반지'는 연출가에게도 전통적 무대와 현대적인 재해석 사이에서 선택의 고민을 안기는 작품. 이번 공연은 카메라맨이 촬영 장비를 들고서 무대 전후좌우에 투입되는 것이 특징이다. 요나 김은 "디지털의 시대적 추세를 반영해서 무대 대형 화면을 통해서 실시간 영상을 틀어주면서 관객과의 공감대를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메라맨이 무대는 물론, 오케스트라 연주 공간과 무대 뒤의 대기실까지 숨 가쁘게 누비면서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페라에서도 아날로그의 공연과 디지털 영상을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셈이다.

'반지'는 하루 공연이 최대 4~5시간씩 걸리기 때문에 중간에 휴식일을 두는 것이 관례. 이번에는 1부 '라인의 황금'(10월 16일), 2부 '발퀴레'(17일)에 이어서 3부 '지그프리트'(19일), 마지막 4부 '신들의 황혼'(23일)의 일정으로 이어진다. 요나 김은 "넷플릭스로 혼자서 영화를 보는 시대에도 여전히 오페라는 필요하다. 2000여 명의 관객들이 성악가, 연주자들과 일체가 되는 '공동체적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고자 : 김성현 기자
본문자수 : 1248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