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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아들 지휘자 정민, 강릉시향 이끌고 16일 공연

올해 강릉시향 상임지휘자에 취임한 정민(38·사진)은 지휘자 정명훈(69)의 셋째 아들. 이들 부자에게는 지휘 외에도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실력파 요리사'라는 점이다. 정민은 4일 인터뷰에서 "강릉 집에도 손님이 오면 언제든 라자냐와 파스타를 만들어 드릴 수 있도록 볼로네즈 소스를 끓여서 냉동고에 쟁여 놓는다"며 웃었다.

지휘와 요리에는 공통점이 있단다. "주어진 재료를 가지고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일이고, 같은 조리법(레서피)과 악보에서도 수만 가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정민의 유년 시절은 아버지의 음악적 이력과 정확하게 겹친다. 정명훈이 첫 상임지휘자를 맡았던 독일 자르브뤼켄에서 태어났고, 역시 아버지가 음악 감독을 맡았던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로마에서 자랐다. 영어와 프랑스어가 가장 편하고 독일어와 이탈리아어도 능숙하다. 그는 더블베이스·바이올린·피아노 등을 공부했지만, 서울대 음대 재학 중에 지휘의 길을 결심하면서 독문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그는 "작곡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괴테와 니체를 공부한 것이 적잖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일본 도쿄 필하모닉 부지휘자로 활동 중이고, 2020년에는 이탈리아 볼차노의 하이든 오케스트라 수석 객원 지휘자로 임명됐다. 강릉시향은 악단을 전담하는 첫 상임 직책이다. 이전과 달라진 점을 묻자 그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책임감"이라고 짧게 답했다. 말 한마디 건네기 전에 한참 생각에 잠기는 습관도 아버지를 닮았다.

올해 정민은 슈만과 브람스, 베를리오즈의 낭만주의 곡에 공들이고 있다. 오는 16일 롯데콘서트홀에서는 강릉시향 취임 이후 첫 서울 공연도 갖는다. 내년에는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이나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같은 대편성 작품에도 도전할 욕심을 내고 있다. 언젠가는 바그너의 4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같은 초대형 오페라도 지휘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아직 아버지도 '반지' 4부작 전곡은 지휘하신 적이 없는데, 제가 먼저 할 수도 있겠지요?" 음악적 욕심도 부전자전(父傳子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고자 :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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