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훌쩍 성장한 재즈 피아니스트 조이, 자라섬재즈페스티벌로 첫 내한

"저도 사람들 칭찬을 엄청 신경 쓰죠(웃음). 다만 그걸 최대한 제 음악의 자양분으로 돌리고자 노력해요."

부풀어 오른 곱슬머리의 청년은 어느덧 앳된 외모를 벗어나 있었다. 인터뷰 답변도 그만큼 훌쩍 자라 있었다. 청년의 이름은 조이 알렉산더 실라(19·사진). '재즈계 모차르트'란 별칭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10대 재즈 피아니스트다. 인도네시아 출신인 그는 열두 살인 2015년 데뷔 앨범 '마이 페이버릿 싱'으로 미국 최고 권위 음악상 그래미 어워즈 2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역대 최연소 그래미 후보자였다.

지난 2일 경기도 가평군에서 열린 '자라섬재즈페스티벌' 둘째 날 간판 공연자로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조이를 만났다. 전날 자카르타에서 날아온 그의 부모도 함께였다. 아버지 데니 실라는 재즈 애호가이자 아마추어 피아노 연주자로 조이의 천재성을 가장 처음 발굴한 존재. 피아노를 배운 적 없던 여섯 살 조이가 아버지가 틀어놓은 미국 작곡가 셀로니어스 몽크의 '웰 유 니든트'를 듣고 장난감 피아노로 똑같이 따라 쳤던 것. 이후 데니는 고향인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하던 사업까지 접고 재즈 본고장 뉴욕으로 건너가 아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재즈 거장들과의 운명적인 만남도 조이의 천재성을 계속 세상 밖으로 이끌었다. 8세인 2011년 유네스코 대사로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전설적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의 눈에 들었고, 2014년 그의 유튜브 연주 영상을 본 재즈 트럼펫 거장 윈턴 마살리스의 초청으로 뉴욕 재즈의 성지 '재즈 앳 링컨 센터'에 입성했다.

조이는 특히 "허비 행콕 앞에서 '워터멜론 맨'을 친 순간이 인생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재즈인이면 누구나 존경할 전설적 인물 앞에 얼어 있었죠. 그런데 허비는 계속 웃으며 "계속 쳐봐. 난 널 믿어"라며 내 연주를 끝까지 들어줬죠. 그 말 덕분에 난 여전히 연주를 하고 있어요."

이후 12년간, 조이는 쉽게 얻기 어려운 경력을 줄줄이 쌓아왔다. 2015년 버락 오바마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들 앞에서 연주해 이들의 넋을 잃게 만들었고, 2018년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막식 연주에선 "세계를 홀렸다"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가장 기쁜 찬사는 "내 음악에서 '이야기'를 느꼈다는 관객들의 말"이라고 했다. "저에게 재즈는 언어예요. 서로 다른 문화 공동체끼리도 재즈로는 말이 통하죠. 한국 관객들과도 그 해방감을 함께 나누고 싶네요." 기고자 : 가평=윤수정 기자
본문자수 : 1241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