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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개막 행사에 4500여 명 운집
국내외 감독·배우 레드카펫 밟아
양조위, 미소로 등장해 관객 들썩

언제나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한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5일 영화의전당 야외 무대. 홍콩 배우 량차오웨이(梁朝偉)가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대형 화면에 잡히자 좌석을 가득 채운 관객 4500여 명의 환호성이 일제히 터졌다.

2000년 '화양연화(花樣年華)'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홍콩 영화의 간판 배우도 올해 예순. 하지만 백색 나비 넥타이와 연미복 차림으로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드는 그의 모습에서 나이를 떠올리기는 힘들었다. 이날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은 그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런 상을 받게 되어 큰 영광"이라며 "부산에 다시 와서 한국 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올해 영화제에서 그는 '동성서취' '해피 투게더' '암화' '화양연화' '무간도' '2046' 등 직접 선정한 대표작 6편을 상영하는 시간을 갖는다. 영화 '아바타' 시리즈의 프로듀서 존 랜도,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장호·배창호 감독, 배우 송강호·정해인 등도 레드 카펫을 밟았다.

5~14일 열흘간 71국 353편을 상영하는 올해 영화제는 코로나 이후 3년 만의 정상 복귀. 코로나 첫해였던 2020년에는 개·폐막식 등 야외 행사를 전부 취소했고 해외 영화인 초청도 전무했다. 지난해에는 오픈 토크 같은 행사들을 재개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적용해서 좌석의 절반만 채웠다. 올해는 좌석 전체를 열었고 상영작도 코로나 이전 수준(300여 편)을 회복했다.

올해 영화제는 기존 극장 개봉작 외에도 온라인 영상 서비스(OTT)에 문호를 활짝 연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연상호 감독의 '지옥' 등 넷플릭스 드라마 3편에 이어서 올해는 넷플릭스·디즈니+·왓챠·웨이브·티빙 등 국내외 OTT의 신작 9편이 쏟아진다. '킹덤' 시리즈의 덴마크 거장 라스 폰 트리에의 후속 시리즈인 '킹덤 엑소더스', 이준익 감독의 첫 SF 드라마인 '욘더', 정지우 감독의 드라마 '썸바디' 등 화제작이 적지 않다.

5일 공개된 개막작은 이란 감독 하디 모하게흐(43)의 '바람의 향기'. 이란은 극심한 검열에도 불구하고 1997년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체리 향기'의 아바스 키아로스타미(1940~2016), 2011년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로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과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을 동시 수상한 아스가르 파르하디(50) 감독 등을 배출한 영화 강국이다. 모하게흐 감독은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2관왕을 차지한 인연이 있다.

'바람의 향기'는 하반신 장애가 있는 중년 남자가 전신 마비의 아들을 보살피며 사는 이야기다. 어느 날 전기가 끊겼다는 신고를 받고 집을 방문한 전기 기사가 이들 부자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고장 난 부품을 교체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한다.

영화는 대사를 절제하고 있고 장면 전환마저 드물어 무척 정적(靜的)이다. 하지만 낯선 기사의 환대와 선의(善意)가 연쇄 작용을 일으키면서 초반의 건조하고 삭막한 정서는 후반에 놀랄 만큼 따스하게 변모한다. 모하게흐 감독은 "삶에는 사회적·정신적인 장애가 존재하며 장애와 맞닥뜨렸을 때 보여주는 사람들의 반응과 태도라는 주제를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해 영화제는 14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CGV·롯데시네마·소향씨어터 등 7개 극장에서 열린다. 기고자 : 부산=김성현 기자 부산=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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