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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보수 인상률보다 5~10배 높아 논란

"월정수당을 20~25%쯤은 올려야 한다" "경제가 최악인데 임기 시작하자마자 제 밥그릇부터 챙기는 건 문제다".

3개월 전 출범한 영남 지역 9대 지방의회가 내년 의정비 인상을 놓고 논란에 빠졌다. 부산의 경우 기장군의회가 지난 9월 말 월급 격인 '월정수당(직무활동비)'을 종전 대비 15% 올린 데 이어 중구(12.5%), 동구(7%), 영도구(6.9%)가 구의회 월정수당 인상을 진행 중이다. 이들 월정수당 인상 폭은 올해 공무원의 보수 인상률 1.4%보다 5~10배쯤 높은 수치다. 이 때문에 "경제가 어려운데 임기 시작하자마자 자기 월급부터 대폭 올리는 건 무슨 심보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구 등의 지방의원이 매월 받아가는 '의정비'는 직무활동비 성격의 '월정수당'과 의정 자료 수집 등에 드는 비용인 '의정활동비'로 이뤄진다. 이 중 의정활동비는 정부 가이드 라인에 따라 부산시의원 월 150만원, 구·군의원 110만원으로 고정돼 있다.

반면 월정수당은 주민 수, 지자체 재정 능력, 지방 공무원 보수 인상률, 의회 의정 활동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돼 지역마다 다르다.

기장군의 경우 종전 월정수당이 연간 2576만원(월 215만원)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15%를 인상해 내년부터는 2963만원(월 247만원)의 월정수당을 받게 된다. 의정활동비까지 포함하면 연 4283만원이다. 기장군의회 측은 "당초 군의원들은 24.9% 인상을 요구했으나 의정비심의위원회 심의와 주민 설문조사를 통해 인상률이 15%로 낮춰졌다"며 "이로써 우리 군의원의 의정비 수준은 부산 지역 기초의회 중 중간 수준 정도가 됐다"고 했다.

부산 지역뿐만이 아니다. 울산시는 지난 4일 의정비심의위원회를 열고 내년 월정수당을 기존 연간 4014만원에서 1.4%(56만원) 인상한 4070만원으로 결정했다. 여기에 정부 기준을 따르는 광역의회 의정활동비 연간 1800만원(월 150만원)을 더하면 의원들은 해마다 의정비로 5870만원을 받게 된다. 심의위는 또 향후 3년간 시의원들의 월정수당을 해마다 공무원 보수 인상률만큼 올리기로 했다. 울산 지역 5개 구·군의회 역시 공무원 보수 인상률 수준에서 월정수당을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경북 울진군의회 의정비심의위는 지난 5일 회의를 열고 군의원 월정수당을 1.4% 규모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울진군의원은 내년부터 월정수당 1916만원과 의정활동비 1320만원을 합쳐 3236만원의 연봉을 받게 된다. 월 270만원 정도를 받는 셈이다. 울진군의회 측은 "14년 만에 월정수당을 올렸다"고 했다.

의정비 인상을 결정한 지방의회들은 "의정비가 통계청 기준상 외벌이 4인 가구 월 생활비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주변 지역 의회와 형평성도 맞지 않아 그 수준을 현실화해야 한다" "5~10년간 의정비를 동결했기 때문에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등의 논리를 펴고 있다. 김기환 울산시의회 의장은 "울산시의회는 8년간 의정비를 동결해 7대 특별·광역시 중 가장 낮고 17개 광역단체 중에서도 11위로 낮아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며 "지역 경제가 어렵다 보니 여러 측면을 고려해 1.4% 수준에서 인상키로 가닥을 잡았다"고 했다.

반면 "경제가 어려움에 처했는데 새로 뽑힌 주민 대표들이 가장 먼저 제 밥그릇 챙기는 일을 하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부산에 사는 조모(55)씨는 "일반 직장인처럼 매일 출근하는 것도 아니고 필요하면 겸직을 할 수도 있는데 직장인 수준의 연봉을 챙기려 의정비를 대폭 인상하는 건 낯 뜨거운 행동"이라고 말했다. 울산 북구에 사는 박모(36)씨도 "주민의 대변자들이 주민 복지보다 자기 복지부터 챙기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했다.

이런 지역 여론 탓에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다 부결되거나 보류되는 사례도 있다. 부산 북구의회는 인상안이 의정비심의위에서 부결돼 재심의 중이다. 부산 강서·사상구 등은 심의위 결정이 보류돼 있다. 경북 영덕군의회 한 의원은 "의원들은 공무원 급여 인상률 정도만이라도 올렸으면 하는 생각이 있지만 주민 반대가 심해 쉽게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기고자 : 박주영 기자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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