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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를 피운다. 아직도 피운다. 안다. 흡연자들은 크로마뇽인 세상의 네안데르탈인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언젠가는 멸종되어야 할 유해 조수로 분류된다. 인정한다. 담배는 자연이 인간의 수를 좀 줄여보려고 일부러 만들어낸 식물일지도 모른다. 몸에 좋은 구석이 하나도 없다. 고지혈증 약을 먹는 흡연자인 나는 매일 생명을 단축하고 있다.

나도 노력했다. 패치도 써봤다. 약도 먹어봤다. 의사들은 다른 병으로 찾아가도 꼭 금연 약을 무료 강매한다. 너 따위 때문에 귀한 세금을 낭비하는 거라는 표정으로 말이다.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금연 약을 여러 번 권한 의사 얼굴을 보는 게 부끄러워 가던 병원을 바꾼 적도 있다. 소심한 성격이라 이런 고생을 한다.

마감을 하던 중 티브이를 틀었다 호러 영화 '겟 아웃'을 다시 봤다. 이건 여담인데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미국 감독 조던 필의 '겟 아웃'은 꼭 보시길 권한다. 인종차별을 소재로 한 기막히게 영리한 오컬트 영화다. 어째 영화를 보다 살짝 부아가 치밀었다. 담배를 피우거나 들고 있는 장면이 모조리 모자이크 처리돼 있었다. 한국은 이제 담배의 존재를 완전히 지우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모자이크 처리할수록 담배의 존재는 오히려 강렬해진다. 아이들은 그걸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모자이크 처리된 건 위험하니까 하지 말자? 그럴 리가. 아이들은 물을 것이다. "모자이크 처리한 (그래서 어쩐지 끌리는) 저건 뭐야?" 사람은 금지된 것에 더 끌리게 마련이다. 독자 중에서는 모자이크 처리에 찬성하는 분들이 계실 수 있다. 그런 분들을 위해 이 글에서도 이제부터는 담배 관련 용어를 모두 X 자로 표기하겠다.

모자이크된 XX에 더 끌리는 건 '스트라이샌드 효과' 같은 것이다.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이름에서 따온 이 용어는 이미 공개된 정보를 인위적으로 검열하려는 행위가 오히려 그 정보를 널리 퍼지게 만든다는 의미다. 스트라이샌드는 인터넷에 올라온 캘리포니아 사진 1만여 장 중 자기 집이 포함돼 있다며 수천만 달러짜리 소송을 걸었다.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집 사진은 즉시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했다. 평생 이름이 이 효과를 설명하는 데 쓰일 스트라이샌드만 체면을 구겼다.

뉴스는 고등학생이 그린 만평 이야기로 난리다. 문체부가 주최 측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하자 일은 더 커졌다. 몇몇이 웃고 넘어갈 만평 하나에 온 국민이 표현의 자유 논쟁을 지켜보게 됐다. 이게 바로 스트라이샌드 효과다. 호미로 막을 거 가래로 막게 됐다. 아니다. 이 경우에는 애초에 호미로 막을 것도 없었다. 뉴스를 보다 갑갑해진 나는 가장 빠르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선택했다. 바깥으로 튀어 나가 XX를 물었다. XX 연기가 폐 속으로 들어오자 XXX 성분이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래서 내가 XX를 못 끊는 것이다. 기고자 : 김도훈 문화 칼럼니스트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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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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