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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45주년 맞은 산울림 김창완

"내가 요새 부르는 노래는 너무 겉멋 들었구나 했어요. 그때의 떨림, 불안까지 다 느껴지더라고."

6일 서울 마포구 '벨로주'에서 기자들을 만난 밴드 산울림의 리더 김창완이 말했다. 산울림의 히트곡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그대는 이미 나' 등을 새롭게 리마스터링한 음원으로 들려준 직후였다. 1970년대 녹음된 초판과 달리 마치 장막이 걷히듯 소리의 질감 하나하나가 살아 있었고, 그 시절 김창완의 청춘이 담긴 음색도 또렷하게 들렸다.

이날 김창완은 산울림 전작 앨범 17장과 자신의 솔로 앨범 3장을 순차적으로 LP와 디지털 음원으로 재발매한다고 밝혔다. 산울림 데뷔 45주년을 맞아 진행하는 리마스터링 프로젝트. 김창완이 자택 벽장에 보관하고 있던 산울림 노래들의 원본 녹음테이프(릴 테이프)를 새롭게 LP에 새기고, 소리들을 보정해 음원으로 낸다는 것. 이 중 20일 1, 3집을 LP로 먼저 발매하고, 2집은 11월 22일 발매한다.

김창완(보컬, 기타)은 동생 김창훈(기타, 베이스, 건반), 김창익(드럼)과 함께 산울림을 결성, 1977년 1집 앨범 '아니 벌써'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1997년 '무지개'에 이르기까지 20년간 정규 앨범 13장, 동요 앨범 4장 등을 발표했고, 폭넓은 음악 세계를 선보이며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2008년 형제 중 막내 김창익씨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이후 산울림 활동은 멈췄다. 이후 김창완은 '김창완 밴드'로 공연 활동을 이어오고 있지만, "(막내 없이) '산울림' 이름으로 다시 공연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중가요계에서 리마스터링은 단순히 옛 녹음본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새 음반 발매 작업으로까지 여긴다. 이번 작업은 2012·2016년 미국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초로 녹음 기술상과 최우수 합창 퍼포먼스상을 받은 황병준 레코딩 엔지니어가 맡았다. 황 감독은 "팬들이 초판의 느낌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음원 보정 작업 외에 일체 음색이나 소리를 바꾸는 건 지양했다"고 했다.

김창완은 "처음 듣자마자 '내가 내고 싶던 게 바로 이 소리야'를 외쳤다"고 했다. 특히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유전자 정보가 담긴 피가 있던 게 생각났다"고 했다. 이어 "사라지는 것에 미련 가질 필요도 없고 세상에 쓰러지지 않는 게 있느냐는 생각으로 옛것을 끄집어내는 걸 사실 내켜하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산울림 음악은 우리 삼형제만의 것이 아니고, 대중음악사에 기록이 될 거란 말에 결심한 프로젝트"라고 했다.

그는 이번 재발매 프로젝트를 위해 '에꼴 드 고래'란 이름의 새 레이블도 출범시켰다. 재발매 외에 새 아티스트 발굴도 이 레이블을 통해 박차를 가할 계획. 김창완은 특히 "새로 탄생한 산울림 곡들을 들으니 막내가 유독 생각났다. 쟤가 연주를 이렇게 했는데 정말 숟가락 통 두들기는 소리로 녹음이 됐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초판 나왔을 때가 늦은 밤 중이라 삼형제가 스피커도 못 켜고 골방에 모여 턴테이블에 돌아가는 LP 소리를 귀를 바짝 대고 들었어요. 그 좋아하던 음악들이 이렇게 되살아날 줄이야. 45년 전 제 목소리가 이렇게 질책하네요. 노래 좀 똑바로 하고 다녀라. 하하." 기고자 :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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