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최후의 보루'였던 경상수지도 빨간불

지난 8월 경상수지가 적자(-30억5000만달러)로 돌아서면서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정부와 한국은행은 "경상수지는 흑자라 위기를 겪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무역에서 적자를 보더라도 해외 공장발 수출과 서비스·자본 거래까지 망라한 경상수지로 보면 여전히 나라 안으로 들어오는 돈이 나가는 돈보다 많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최후의 보루' 격이었던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면서 우리 경제의 대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됐다. 국제 신인도가 하락하고 외환 시장의 불안감이 가중돼 원화가치 하락폭이 커지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적지 않다. 8월에 경상수지 적자를 본 건 2008년 이후 14년 만의 일이다.

◇상품수지 44억달러 적자

8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이유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의해 원자재를 중심으로 수입 부담이 컸던 가운데 수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됐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구성 요소 중 가장 큰 줄기인 상품수지는 8월에 44억5000만달러 적자였다. 지난 7월(-14억3000만달러)과 비교해 적자 규모가 3.1배 커졌다. 작년 8월 경상수지가 60억3000만달러 흑자였던 것과도 뚜렷하게 대비된다.

작년 8월과 비교해 수입은 30.9%나 늘었지만 수출은 7.7% 늘어나는 데 그쳐 수입 증가폭이 수출 증가폭의 4배에 달했다. 작년 8월에는 수출 증가율이 전년 8월 대비 32.6%에 달했던 것과 뚜렷한 변화가 있다. 한은은 최대 교역 대상국인 중국의 경기가 나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8월 중국으로의 수출은 1년 전보다 5.4% 줄어들었다. 품목으로 보면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이 7% 감소했다. 수입품은 석탄(132.3%), 가스(117.1%), 원유(73.5%)의 수입 증가폭이 컸다. 승용차(54.7%), 옥수수·콩 등 곡물(35.9%)의 수입도 크게 늘었다.

서비스수지는 작년 8월에는 8억4000만달러 흑자였지만 올해 8월에는 7억7000만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8월 국제 컨테이너 운임이 1년 전보다 19.4% 하락하면서 해운사들의 수입이 크게 줄어든 탓이 크다. 방역 제한 완화로 해외 여행객이 증가해 여행수지 적자 폭이 작년 8월 6억1000만달러에서 올해 8월에는 9억7000만달러로 확대된 것도 서비스수지 악화의 원인이었다.

◇정부·한은 "경상수지 적자는 일시적"

한국은행은 8월 경상수지 적자에 대해 "일시적"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은 "8월 무역적자가 94억9000만달러에 달했지만 9월 무역적자가 37억7000만달러로 크게 줄어든 만큼 9월 경상수지는 흑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신음 중인 데다, '킹(king)달러'로 불릴 만큼의 달러 강세가 계속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우리 경제가 위기 국면에서 당분간 탈출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6일(현지 시각)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급격한 금리 인상도 계속될 전망이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내년 초 미국 기준금리가 연 4.75%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7일 경상수지 악화를 막는 대책을 발표했다. 조선·디스플레이·2차전지 등 주력 업종의 수출을 더 늘리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관광·운송·콘텐츠 등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경상수지와 무역수지

경상수지는 외국과 거래해 발생한 손익이다. 상품 수출입 외에 서비스 분야, 배당·이자 등 자금 거래까지 모두 포함된다. 국내 기업이 외국 공장에서 수출한 물량도 들어간다. 무역수지는 상품 무역의 손익을 표시하는데,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한 금액과 국내로 수입한 금액만 계산한다. 기고자 : 손진석 기자 김태준 기자
본문자수 : 1962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