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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열흘새 ＂120명 체포＂… 검찰, 대대적 합동수사 예고

지난 5일 충남경찰청은 필로폰 등 마약을 국내로 들여와 유통한 마약 조직 총책 A(33)씨 등 태국인 40명을 붙잡았다고 발표했다. 작년 10월부터 필로폰 등 마약류를 건강식품으로 위장해 국제특급우편(EMS)을 통해 국내에 밀반입한 혐의다. 같은 날 서울 노원경찰서는 마약 투약 혐의로 유명 작곡가 겸 사업가 돈 스파이크(45·본명 김민수·구속 송치)를 구속 송치하면서 마약 사범 17명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루 전인 지난 4일 대구경찰청도 텔레그램과 가상화폐로 마약을 거래한 혐의로 53명을, 지난달 28일에는 서울경찰청이 10만명분 필로폰을 수도권에 유통한 9명을 붙잡았다고 각각 밝혔다. 최근 열흘 새 경찰이 검거 소식을 알린 마약 사범만 120명이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경찰은 사실상 마약과의 전쟁을 이미 시작했다"고 전했다. 지난 8월 취임한 윤희근 경찰청장의 특별 지시도 나온 상황이다. 그는 취임 직후 악성 사기 근절과 마약 퇴치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성과가 날 경우 11월 특별 진급까지 약속했다. 그러다보니 일선 경찰서에선 살인이나 강도 사건을 담당하던 강력팀 형사들까지 마약 사범 잡기에 투입되고 있다.

정부, 경찰 안팎에서는 사실상 '마약의 대중화'가 시작되려 한다는 위기감이 커진 상태다. 우선 마약 사범 증가세가 뚜렷하다. 지난 2018년 8107명이었던 마약 사범은 2019년 1만명을 돌파한 이후 작년까지 3년 연속 1만명대를 기록했다. 올해도 1~9월 이미 9000명을 웃돌았다.

하지만 과거보다 수사 기관이 마약 사범을 적발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IT 발달로 텔레그램 등 보안 메신저로 마약 판매상과 은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추적이 어려운 가상화폐(코인)로 거래가 가능해졌고, 해외에서 마약을 소량 구매해도 저렴하게 배송받을 수 있는 물류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마약 가격이 낮아진 것도 마약의 대중화를 촉진하는 요소다. 10년 전에는 필로폰 1회분(0.03g)이 통상 10만원이었지만 최근에는 2만~3만원 안팎까지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필로폰 1g이 태국에서는 2만원 안팎, 미국에서는 6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해외와 비교했을 때 아직은 마약 가격이 비싸지만 점차 저렴해지고 있는 것이다.

8일 보건복지부가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2021년 마약류 사용자 실태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마약 복용으로 교도소나 재활시설 등에 있는 사람 가운데 540명을 조사했는데, 2009년 직전 조사 때는 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자부터 전문대 졸업자까지만 있었던 반면 지난해 실태 조사에는 대졸자(18.8%)와 대학원 이상 졸업자(1.7%)도 있었다.

또 국민의힘 최영희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검거된 마약사범 가운데 10~20대 비율은 2017년 15.8%에서 작년 34.2%로 4년 새 크게 늘었다. 마약 사용자가 더 젊어지면서 고학력자로도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 간접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경찰은 과거에는 외국에 있는 거대 조직이 대량으로 마약을 국내에 들여와 핵심 조직원 몇몇을 붙잡으면 조직 소탕까지도 가능했지만 소량, 해외 직구(직접 구매)가 많아 추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판매자나 구매자를 붙잡은 뒤, 어떤 사람들과 거래했는지 자백을 받아내는 방법이 사실상 유일하다. 돈 스파이크 역시 이런 과정에서 덜미가 잡혔다고 한다.

한편 이날 이원석 검찰총장도 오전 대검찰청 월례회의에서 "마약류 범죄가 국경을 넘은 온라인 거래를 통해 연령·성별·지역·계층을 불문하고 확산돼 임계점을 넘은 상황"이라며 대대적인 수사를 예고했다. 그는 "경찰청·관세청·해양경찰청·국가정보원 등과 합동 대응 체계를 구축해 마약 밀수와 유통을 집중 단속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 10·20대 마약사범 수 기고자 : 이해인 기자 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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