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무역수지가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가운데 상품·서비스·노동 등 모든 대외 거래를 합친 경상수지마저 8월에 30억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배당이 집중되는 4월을 제외하고 경상수지가 적자를 낸 것은 10년 만이다. 상품 수출이 부진한 반면 에너지 수입이 늘고 여행수지도 큰 폭 적자를 낸 탓이다. 한국은행은 경상수지가 9월엔 다시 흑자가 될 것이라 전망했지만 한국 경제의 체력이 약화됐다는 또 하나의 징표로 봐야 한다.

세계 경제는 이미 위기 국면에 들어섰다. 미국에 이어 각국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자국 화폐가치를 방어하는 역(逆)환율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도 원화 가치 하락을 막느라 달러를 풀면서 외환 보유액이 9월 한 달 새 200억달러나 줄었다.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외환 보유액이 4167억달러라고 하나 결코 안심할 수 없다.

대내외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3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32%나 줄었다. 3년 만의 역성장이다.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전체 경제 타격이 불가피하다. 산유국의 감산 합의로 국제 유가도 다시 출렁인다. 물가를 낮추기 위해 각국이 금리를 더 올릴 수밖에 없고 세계 경제의 침체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다.

IMF는 내년도 세계 경제 성장률 예측치를 2.9%에서 하향 조정하겠다면서 2026년까지 세계 생산량이 독일 경제 규모(약 5600조원)만큼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과 공급망 재편, 세계화 퇴조 등의 악재가 겹치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타격은 더 클 것이다. 특히 한국의 가계·기업 부채는 GDP의 2.2배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영끌족'과 자영업자, 한계기업의 연쇄 파산이 빚어질 수 있다.

이 상황에서 가장 문제는 사회에서 '경제 위기'를 먼 산의 불처럼 보는 분위기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는데도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영국은 순환 정전까지 검토한다고 한다. 위기는 이미 와 있다고 봐야 한다. 정부는 국정 운영을 비상 체제로 전환해 국민과 정치권의 협력을 구해야 한다.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088
표/그림/사진 유무 : 없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