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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지원 제각각… 소비자 희비 엇갈려

충남 천안에 사는 김모씨는 올 초부터 고민해오던 전기차 구매를 최근 포기했다. 1년 가까이 기다린 차량 출고가 가까워졌지만 지방자치단체가 주는 전기차 보조금이 동난 탓에 1000만원 가까운 추가 자금이 필요해진 탓이다. 김씨는 "인기 색상 차량을 신청하니 출고가 늦어졌고 결국 보조금을 못 받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신 비슷한 시기 예약을 걸어둔 하이브리드 차량을 뽑기로 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출시가 본격화하지만 소비자들은 지역 보조금 조기 소진으로 울상이다. 자동차 커뮤니티에선 김씨처럼 보조금이 동나 구매를 포기하거나 내년으로 미뤘다는 하소연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해를 넘겨 구매하는 방법도 있지만 내년엔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될 예정이고, 차량 가격도 오르기 때문에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내연기관차는 출고 기간이 길어도 늦게 받는 걸로 그치지만, 전기차는 출고일 하루 차이로도 1000만원가량의 보조금을 놓칠 수 있는 상황이다.

◇소진돼 가는 지방 보조금

전기차 보조금은 국비와 지방비로 나뉜다. 최대 700만원이 지급되는 국비는 전기차 종류별로 금액이 다르고, 최대 800만원이 지급되는 지방비는 차량 종류는 물론 지역별로도 금액이 다르다. 차량 구매 계약을 한 소비자나 자동차 업체가 보조금 지원 신청서를 전산으로 등록하면 10일 내 출고가 가능한 소비자에 한해 보조금 수급 자격이 주어진다.

문제는 지자체마다 예산 규모가 제각각인 탓에 특정 지역에서는 보조금이 조기 소진된다는 것이다. 본지가 서울특별시, 6개 광역시를 포함해 29개 주요 자치시에 문의한 결과, 이 중(6일 일반 전기 승용차 기준 ) 울산, 충북 청주, 충남 천안·당진·아산, 전북 군산·정읍, 전남 나주·순천, 경북 포항·구미, 경남 창원·통영 등 13개 지역의 보조금이 소진되거나 대상자 선정이 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지자체들도 보조금이 남아 있는 법인 차량분 등을 활용하거나 추경을 통해 추가 예산을 확보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주요 지역은 조만간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 예산이 동난 지역에선 전기차 출고 가능 통보를 받는다고 해도 출고를 포기하고 해를 넘겨 다시 대기하거나 보조금을 포기하고 차를 구매하는 수밖에 없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자체는 상·하반기 모집 공고를 한 뒤 신청 상황을 보고 추경 등을 통해 부족한 보조금을 늘리는데, 지역에서 얼마나 차량이 출고될지 예측하긴 힘들다"고 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예산이 남을 경우 쓰지도 않는 예산을 신청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영한다"며 "반도체 수급난이 없어 차량 출고가 원활했다면 예산 부족으로 더 큰 혼란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별로 상이한 금액도 문제

보조금이 지역별로 다른 탓에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같은 차량이라 해도 지역에 따라 보조금이 60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예컨대 충남 서산에서 아이오닉5를 구입하면 1500만원의 보조금이 나오지만 서울에서 사면 900만원만 받는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보조금이 많은 지역에 거주하는 부모 명의로 차를 사거나 위장 전입하는 방법 등도 공유되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 이를 막기 위해 차를 구매하기 전부터 일정 기간 해당 지역에 거주하도록 한 자격 요건을 두고 있지만 이 요건이 짧은 곳을 찾거나 지방에 거점을 둔 리스, 렌터카 업체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하고 있다.

반대로, 일부 지자체에선 직장 문제 등으로 불가피하게 다른 지역으로 이사해야 하는 경우 거주 기간 요건을 채우지 못해 보조금을 토해내거나 이사를 미루는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도 생겨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지방별로 제각각인 보조금이 해마다 논란이 되고 있다"며 "전기차 보조금을 국비로 일원화하고 지방비는 충전기 등 인프라 개선에 사용하는 방안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 전기차 보조금 구성 / 지자체 보조금 소진 지역 기고자 : 김아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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