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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글리치'

부산영화제에서 인기 몰이를 하더니, 7일 공개되자마자 넷플릭스 시리즈 국내 1위에 올랐다. 호러와 코미디, SF판타지와 미스터리, 로맨스가 맛깔나게 뒤섞인 독특한 작품. 무서운데 웃기고, 멋있는데 흥미롭고 눈물 난다는 뜻이다.

지효(전여빈)는 중학생 때 우연히 UFO를 만난 뒤, 어른이 된 지금도 종종 외계인을 본다. 매끈한 회색 피부, 큰 머리에 검고 큰 눈을 가진, TV에서 늘 보던 평범한 외계인. 그런데 이 외계인, 별나게도 오래전 해체된 프로야구단 현대 유니콘스의 녹색 헬멧을 쓰고 있다.

외계인만 빼면 20대 후반 지효의 인생은 꽤 원활한 편. 4년 사귄 애인 시국(이동휘)은 좀 지질해도 괜찮은 사람이고, 낙하산으로 들어간 아빠 친구의 건축사무소 일도 평온하며, 좋은 가족과 친구들도 있다. 그러니까 그 외계인만 빼면.

애인과 결혼을 생각할 즈음, 외계인이 날뛰기 시작한다. 야근하는 사무실 모니터를 깜빡이며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더니, 급기야 애인이 흔적도 없이 실종되기에 이른다. 지효는 중학 시절 한때 함께 UFO를 찾아다녔던 친구 '보라'(나나)를 만난다. 애인도 구하고 외계인의 정체도 밝혀야 한다. 두 사람의 기묘한 모험이 시작된다.

'인간수업'(2020)의 진한새 작가와 '연애의 온도'(2013) 등으로 장르 감각을 인정받은 노덕 감독이 '밀레니얼 세대 생활밀착형 SF 모험극'을 빚어냈다. 캐릭터는 엉뚱하고 귀여우며, 기발한 시각 효과도 눈에 즐겁다.

클래식 '서울시향'

이달 유럽 순회 공연에 나서는 서울시향(음악 감독 오스모 벤스케)이 고국 팬들 앞에서 '최종 자체 평가전'을 갖는다. 11일 롯데콘서트홀에서는 윌리엄 월턴의 첼로 협주곡(협연 니콜라스 알트슈태트)과 시벨리우스 교향곡 1번을 들려준다. 14일 예술의전당에서도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협연 김선욱·사진)과 스트라빈스키 '불새' 모음곡을 연주한다. 진은숙의 '권두곡'(14일)과 제자 신동훈의 '카프카의 꿈'(11일) 등 한국 작곡가들의 신작도 포함되어 있다. 협연자들은 유럽 투어에도 동승 예정이다.

영화 '티켓 투 파라다이스'

'티켓 투 파라다이스'는 '맘마미아' 속편을 연출했던 올 파커 감독의 신작. 영화의 배경을 그리스에서 발리로 옮긴 뒤, 아바(ABBA) 대신에 다른 옛 히트곡을 넣으면 닮은 점이 적지 않다. 대형 로펌 입사를 앞두고 여행지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한 딸을 말리기 위해 이혼한 부부가 발리로 향한다.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두 쌍의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배우 조지 클루니와 줄리아 로버츠가 장인과 장모로 출연하는 날이 오다니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연극 '타바스코'

2년 연속 해외 도그쇼에서 우승한 명견 '타바스코'가 인천공항 화물청사에서 사라진다. 자존감을 회복하려는 한물간 여배우, 무기력한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은 주부, 추방 위기에 놓인 이주노동자 등이 아무 연고도 없는 이 실종 사건을 해결하겠다며 뛰어든다. 인생 역전을 꿈꾸는 것이다. 현대인이 끌어안고 사는 좌절감과 고립감, 일상을 벗어난 특별한 이벤트에 대한 욕망을 우화적으로 들여다보는 이야기. 김난희 장지은 장덕주 구도균이 출연한다. 극단 사개탐사 박혜선 연출로 16일까지 알과핵 소극장.

뮤지컬 '인간의 법정'

인공지능(AI)과 의식을 가진 안드로이드가 주인을 살해하고 재판을 받는 근미래가 배경이다. 인간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과도 같다. 변호사 출신 작가 조광희가 쓴 원작 소설은 뮤지컬·드라마는 물론 프랑스·중국 등 해외 8국 뮤지컬 판권 계약까지 성사돼 화제를 모았다. '그날들' '투란도트'의 장소영이 곡을 붙였다. '인간이 나타나기 전엔' '동생이 필요해' '내 피는 파랑' 같은 노래가 귓바퀴에 맴돈다. 임병근 오종혁 이재환 유태양 이상아 등 출연. 12월 4일까지 아트원씨어터 2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