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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유머로 인간 본성을 야유, 웨스틀룬드 감독 '슬픔의 삼각형'
눈부신 풍광과 메마른 대지의 대비… 그리시 감독 '우타마, 우리집'

부산은 세계 영화의 항구다. 칸·베를린·로카르노와 선댄스 영화제에서 격찬을 받은 수상작들이 가을이면 어김없이 부산국제영화제라는 항구에 입항한다. 올해 영화제를 통해서 국내 공개된 해외 수상작 4편을 추렸다.

①칸 황금종려상 '슬픔의 삼각형'

스웨덴 감독 루벤 웨스틀룬드는 자신의 두 번째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슬픔의 삼각형'에서도 지독한 유머와 풍자를 잃지 않는다. 저녁 밥값을 둘러싼 청춘 남녀의 일상적인 갈등에서 출발하지만, 점차 위기 속에서도 제 살길만 궁리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통렬한 야유로 변해간다.

우디 앨런의 초기작 같은 언어유희와 슬랩스틱 코미디, 타이타닉 같은 재난극을 뭉뚱그린 문제작. 열광하거나 거부하거나. 영화를 보고 나면 반응은 둘로 나뉠 것 같다.

②베를린 황금곰상 '알카라스의 여름'

반전 미스터리가 아니더라도 마지막 장면을 보아야만 온전한 의미가 전달되는 작품들이 있다. 올해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인 '알카라스의 여름' 역시 그런 미괄식이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에서 복숭아 농장을 일구면서 3대가 모여 살던 대가족은 여름 수확을 끝으로 삶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놓인다. 복숭아 나무를 모조리 베어내고 태양광 패널을 짓겠다는 땅 주인의 계획 때문이다.

영화는 땀 흘려 가꾼 것들의 소중함에 대한 예찬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끝이 정해져 있기에 계속 애잔함을 불러일으킨다. 거친 선동 구호의 정치극이나 값싼 신파극보다 훨씬 깊은 공감과 연민을 자아낸다.

③선댄스 심사위원 대상 '우타마, 우리집'

안데스산맥의 4000m 고산지대. 검붉은 태양 아래 광활한 평원에서 라마 떼를 이끌고 하염없이 걸어가는 노인의 모습을 비추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푸른 하늘과 싯누런 황토의 강렬한 색채 대비 덕분에 모든 장면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 된다.

볼리비아 감독 알레한드로 로아이사 그리시의 장편 데뷔작 '우타마, 우리집'은 올해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 노부부는 1년 가까이 계속되는 가뭄으로 메마른 대지가 갈라지고 우물마저 바닥을 드러내자 고향을 등져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기후변화라는 거대 담론과 노부부의 미시적 일상을 맞물린 영화적 착상이 빼어나다.

④로카르노 황금표범상 '룰34'

"낮에는 국선 변호사, 밤에는 포르노 스타." 브라질 여대생 시모네는 낮에는 법학을 전공하지만 밤에는 온라인 공간에서 유사 성행위로 돈을 버는 이중생활을 한다. 올해 로카르노 영화제 황금표범상 수상작인 브라질 영화 '룰34'는 법의 수호자이자 위반자라는 주인공의 이중성을 다룬 작품.

가정 폭력 희생자들을 도우려는 선의로 가득한 여주인공이 정작 가상공간에서는 남성들의 성 충동을 자극하는 양면성이야말로 영화의 묘한 매력이다. 과연 법의 이상과 추악한 현실 사이에 접점은 존재할 수 있을까. 기고자 :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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