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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모 루피니 몽클레르 회장, 70주년 맞아 내달 서울서 행사

이탈리아 밀라노의 까만 밤이 하얗게 물들었다. 지난달 24일 이탈리아 밀란패션위크 기간에 선보인 몽클레르 70주년 프로젝트. 밀라노의 상징인 두오모 성당 앞에 흰색 튀튀(발레 의상)를 입은 밀라노 스칼라 극장 수석 발레리나인 비르나 토피가 독무로 무대를 열었다. 이어 하얀색 패딩을 입은 무용가·합창단·모델 등 1952명의 예술가는 성당 앞에서 합창을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몽클레르 창립 연도인 1952년에 맞춰 1952명을 모은 아이디어부터 시작해 모든 행사를 계획하고 진두지휘한 레모 루피니(61) 몽클레르 회장은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코로나 기간에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이야기하는 직접적인 관계가 그리웠다"면서 "내 인생의 스승은 거리를 걸으며 만난 모든 사람"이라고 말했다. 폭우로 샤워하는 지경인데도, 성당 주변 두오모 광장에 모인 1만8000여 관중은 목소리 높여 호응하며 자정 넘게 자리를 뜨지 않았다. 코로나 이후 두오모 광장을 인파로 뒤덮은 대형 행사는 거의 처음. 코로나 '극복'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루피니 회장은 2020년 3월 자신의 자산 1000만유로(약 138억원)를 병원 건립에 기부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의류 사업을 하던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디자인과 마케팅을 배운 루피니 회장은 1984년 이탈리아 작은 마을의 차고에서 남성 셔츠 전문 회사를 만들어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성공을 바탕으로 2003년 당시 파산 위기였던 몽클레르를 인수하고, 10년 만에 럭셔리 브랜드로 끌어올렸다.

몽클레르는 1968년 프랑스 동계올림픽 공식 유니폼이었을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았지만 노스페이스 같은 아웃도어나 럭셔리 패션 브랜드가 겨울 옷에서 인기를 끌면서 파산에 이르렀다. 어린 시절 몽클레르 점퍼를 입고 모터사이클을 즐겼던 루피니는 그 당시 기억을 되살리며 추억 속의 브랜드를 현실에서 심폐소생시켰다. "브랜드가 왕"이라는 신조를 내세워 고급 패딩 시장을 공략했고, 2006년 당시엔 무명에 가까웠던 잠바티스타 발리 등 신예 디자이너를 발탁해 패딩에 디자인을 심었다. 이후 2018년 '지니어스 프로젝트'를 내세워 매슈 윌리엄스, 리처드 퀸, 시몬 로샤 등 패션계 '라이징 스타'로 손꼽히는 이들을 직접 만나 손을 내밀어 협업 컬렉션을 선보였다.

한국의 안경 회사 '젠틀 몬스터'도 '지니어스'로 선정해 협업하기도 했다. 몽클레르가 갖지 못한 재능은 전 세계에서 수혈하겠다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거리를 다니며 일반인들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패션계에서 누가 뜨는지 파악하며 직접 그들을 설득해 만난다.

그는 "패션이 패션에 갇혀 있고, 럭셔리라는 꼬리표에 안주하면 무너진다"며 "디지털, 미디어, 게임 등 전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회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70주년을 기념해 70일간 이어지는 특별 전시는 뉴욕, 런던, 도쿄를 거쳐 마지막으로 11월 18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실험하는 두 회사의 만남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천재들을 만나고 지원할 생각이 무거운 다리를 다시 일으켜 뛰게 합니다." 기고자 : 밀라노=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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